"화가 나요, 화나. 이상하게 안 풀리니까요."
KT 위즈의 '슈퍼 루키' 강백호(19)가 씩씩 거린다. 눈 앞에 있는 상대가 아님에도 생각만 하면 부아가 치미는 듯 했다. "화나요 화나."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 걸까.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에는 중의적인 의미 담겨 있다. '화가 난다' 뜻 말고도, '한화'를 의미하는 발음이기도 했다. 강백호가 올해 유난히 고전하고 있는 상대팀이 바로 한화 이글스였기 때문이다. 강백호가 이렇게 한화에 대한 전의를 불태운 건 엉뚱하게도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였다.
강백호는 11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 시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홈런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는 "18개나 19개에 멈춰 있을 때는 홈런에 대한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 그런데 20개를 치고 나니까 그런 부담감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21호 홈런'에 대해서도 편안해요. '남은 경기에서 1개만 더 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21홈런'은 의미가 크다. 지난 1994년 LG 트윈스 신인이던 김재현이 세운 'KBO리그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이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이제 1개만 더 치면 이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2개째부터는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강백호는 일단 홈런 20개를 친 것으로 마음을 비운 듯 보인다.
대신 강백호는 다른 면에 더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바로 특정팀 상대 부진 기록을 아쉬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화전 타율이었다. 강백호는 "올해 유난히 한화와의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고요. 잘 쳤다고 생각한 안타성 타구가 여러 개 잡혔어요. 적어도 (안타)6~7개는 잃어버린 것 같아요"라며 "기록을 보면 다른 팀을 상대로는 그래도 타율이 2할대 후반에서 3할대를 기록했는데, 한화전에서는 겨우 1할대에요. 한화 선배 투수들의 공이 이상하게 치기 어렵네요"라며 한숨지었다.
실제로 강백호는 한화를 제외한 8개 구단을 상대로는 최저 2할2푼7리(KIA)에서 4할4리(NC)까지의 타율 범위를 형성했다. 상대 타율이 3할 이상인 팀도 5개(NC SK 넥센 롯데 삼성)나 된다. 그러나 한화전 타율은 겨우 1할5푼1리다. 13경기에서 53타수 8안타에 그쳤다. 확실히 한화전에 가장 못하긴 했다.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래서인지 강백호는 "한화와는 이제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3번이나 더 싸워야 한다. 남은 3경기에서 과연 강백호는 '한화전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강백호의 화가 풀리게 될 지, 아니면 더 화가 나게 될 지. 결과가 제법 궁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