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가을 야구는 곤란하다. 팻딘의 부진을 어떻게 해야할까.
KIA 타이거즈 팻딘은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3안타 1탈삼진 2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2이닝만 소화하고 물러났지만, 투구수는 무려 70개였다.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한 투구였다는 사실을 뚜렷히 볼 수 있는 기록이다.
1회말은 나쁘지 않았다. 박민우와 권희동을 범타로 처리한 팻딘은 3번타자 나성범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2루 도루까지 허용했지만 모창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한 2회에 겉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KIA가 먼저 2점을 뽑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쫓길 것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독 약세를 보였던 재비어 스크럭스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팻딘은 박석민 타석에서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2루에서 수비까지 돕지 않았다. 김성욱과 무려 12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최소 아웃카운트 1개는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1루수 김주찬의 판단 미스로 주자들이 모두 살았다.
무사 만루에서 팻딘은 더더욱 흔들렸다. 8번타자 김찬형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못넣고 몸에 맞는 볼로 밀어내기 1점을 준 것이 치명적이었다. 다행히 정범모 타석에서 병살타를 잡아냈지만, 안정을 찾지 못했다.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다시 자초한 팻딘은 권희동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2회에만 4실점 했다.
올 시즌 팻딘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2회에는 한 타자를 상대하는데 평균 6구 이상 소요됐다. 확실한 결정구가 통하지 않으니 카운트 싸움을 불리하게 가져가다 볼넷을 허용하거나 몰린 공이 안타를 맞은 셈이다. 이날 2개의 도루도 전혀 저지하지 못했고, 타이밍도 못뺏었다. 그래서 KIA는 2회말이 끝나자마자 투수를 이민우로 교체했다.
팻딘은 70개의 투구 중 직구 33개, 나머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투심을 섞어 던졌다. 원래도 팻딘은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다만 작년에 9승을 거둘때 보여주던 변화구 제구마저 잘되지 않다보니 좀처럼 이기는 경기를 할 수가 없다. 올시즌 4승 중 선발승은 2번 뿐이다. 단순히 득점 지원을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투구 내용 자체가 좋지 않다.
KIA는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다. 타선이 좋은 편이라 최근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5위 진입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그러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선발 투수들의 힘이 필요하다. 현재 믿을 수 있는 선발은 양현종 정도다. 헥터 노에시도 부진하고, 팻딘까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해도 고민이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