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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퀘어 박상우 대표, 게임 평론가 출신 CEO의 각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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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가 아닌 도전에서 계속 길을 찾겠다."

게임사 액션스퀘어는 지난 2014년 모바일 액션 RPG '블레이드'로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PC나 콘솔 플랫폼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액션 게임을 작은 화면의 모바일에 최적화시켜 출시하면서 또 하나의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그해 열린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엄청난 글로벌 성과를 바탕으로 도전한 '서머너즈 워'를 제치고, 모바일게임 사상 최초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액션스퀘어가 지난 3월 또 다른 실험에 돌입했다. 게임 평론가로 이름을 알린 박상우 개발총괄이사(CDO)를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이다. 보통 개발자나 전문 마케터들이 CEO 자리에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박상우 대표는 경제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땄지만, 고려대에서 영상문화학 박사 과정을 통해 기호학과 영화 평론을 접목한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다 PC통신 시절 게임 평론을 시작으로 각종 잡지와 신문에서 필진으로 활약했고, 이 이력으로 게임문화연구회를 발족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전신인 한국게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각종 게임 관련 진흥 정책과 행정 입법 등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계속 게임과 관련한 일을 했고, 게임 기획 전문가로서 액션스퀘어 개발총괄 자리를 맡았다가 대표까지 취임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하순 성남 판교에 위치한 액션스퀘어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게임 문화를 연구한 사람으로, 기획 협업과 자문을 10년 넘게 해왔지만 게임사의 대표까지 맡게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사실 액션스퀘어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당기순익 적자를 이어오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레이드'를 빅히트 시켰지만, 여러 신규 프로젝트가 이후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후속작인 '블레이드2'가 지난 6월 출시됐지만 모바일 MMORPG로 대세 장르가 넘어간 상태에서 초반 흥행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에서 기대보다 늦게 출시되면서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혹평도 얻었다.

이미 '블레이드2'에 대한 개발 방향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회사에 합류했던 박 대표로선 아쉬움이 크면서도, 상당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전작의 인기를 바로 이어가지 못하면서 개발 기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또 전작의 '성공 문법'을 계승하겠다는 면이 커지고 부담감으로 작용하면서 기존에 가졌던 혁신성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레이드'는 성공이 목표가 아니라 새로움을 주고싶은 개발자들이 정말 즐겁게 만든 도전이었기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다"며 "'블레이드2'의 글로벌 버전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런 자세로 만들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기대해 주셔도 좋다"고 덧붙였다.

액션스퀘어는 '기간틱엑스'와 '이터널랩소디' 등 다소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뛰어난 신작들을 개발중이다. 여기에 '블레이드3'를 스위치 버전으로 개발하고 스팀 플랫폼에 올릴 게임도 만드는 등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박 대표는 "모바일 MMORPG가 대세라고 이를 그대로 따라갈 계획은 없다. 국내에선 아직 마이너한 장르라고 해도 글로벌에서 통하는 신작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시간(duration)보다는 지속적 접속(frenquency)이 더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캐주얼과 액션 게임은 우리의 장점을 살려나갈 수 있는 장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해외 유수 게임사처럼 확실한 색깔을 가진 그래서 고정팬을 가진 개성있는 게임사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개발자는 게임을 찍어내는 단순한 공장 노동자가 아니라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크리에이터여야 한다. 개발자들이 다시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게임 평론가로서 그리고 게임 문화 전문가로서 내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