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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결산①]박수받아야 할 야구 AG 3연패,'반쪽 축하'에 그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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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었다. 3대0으로 일본을 제압한 한국야구가 다시 아시아 정상에 선 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끝난 뒤였다. 1일 자카르타 GBK야구장에서는 그라운드 세리머니와 시상식, 공식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대회부터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다. 분명히 값진 수확이고 영광이다. 박수받아야 마땅한 결과물이고,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이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며 즐겨야 한다. 그런데 우승이 결정된 후 선수단 분위기가 상당히 묘했다. 마음껏 활짝 웃지 못하는 분위기. 조심스러워 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잠시 후 이어진 기자회견 때도 희한한 분위기가 흘렀다. 양현종과 박병호, 선 감독이 입장했다. 앞에 앉은 감독과 선수들, 이를 바라보는 현장 취재진의 분위기는 너무나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보통 해외에서 국가대표팀이 우승하고 나면 취재진도 잠시나마 그 팀의 일원처럼 된다. 국내 리그 취재 때와는 달리 박수도 치고 응원도 한다. 우승 후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은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도의 의례적인 인사만 있었다. 아무도 웃지 않았고, 박수도 없었다. 마치 진 팀을 인터뷰하는 것 같았다.

팬들 역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순수하게 금메달을 축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야구대표팀의 태생적 문제점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다. 금메달 뉴스의 댓글 반응들을 살펴보면 후자 쪽이 여전히 좀 많은 듯 하다. 아시안게임 3연패의 값진 성과는 지금 온전한 축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매우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 아시안게임 3연패는 아무나 할 수 없다. 특히 단체팀이 이런 기록을 낸 건 엄청난 일이다. 세상의 모든 축하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반쪽 축하'에 그쳤다. 이런 특이한 현상이 왜 나타나고 있는 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게 바로 야구대표팀 '선동열 호'가 짊어진 한계이자 개선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선 감독은 금메달을 따고 나면 모든 논란과 비판이 일거에 사라지고 과거처럼 금메달 성과에 대한 축하만 남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세대의 교체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는 결과를 위해 과정의 공정함이 훼손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런데 '선동열 호'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금메달을 위해 리그를 중단했고, 금메달을 위해 아마추어들이 나가는 대회에 프로 최고의 선수들을 끌어 모아 나갔고. 금메달을 위해 당연히 끌어안아야 할 아마추어 선수들은 외면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구성 역시 '공정함'과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선 감독이 자신의 말처럼 '최상의 전력'을 모으기 위해 포지션별 기량과 성적에 따라 공정하게 선수들을 선발했다면 비난을 받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첫 최종 엔트리 발표 때부터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몇 몇 선수를 끼워두고, 이에 관해 충분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구단별 안배, 군 미필선수 혜택 등이 개입됐다는 의구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했다. 여론이 악화된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한국야구에 또 다시 숙제를 안겼다. 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전임감독제'로 치른 아시안게임이었다. 선수들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금메달의 값진 성과를 냈지만, 그 과정에 '공정성'에 관한 문제가 많이 불거졌다. 때문에 향후 대표팀 운영이나 선수 선발에 대해서 공정성을 유지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기술위원회의 부활 등 여러 대안에 관한 공개적 토론과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의 전임감독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선동열 대표팀 전임 감독의 임기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