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은 나이야."
여자 핸드볼 에이스 김온아(30·SK 슈가글라이더즈)는 처음 큰 대회에 나서는 후배들을 다독였다. 그 효과일까.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이계청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GOR 폽키 치부부르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29대2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핸드볼 여자 대표팀은 6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이 된 여자 핸드볼. 한국은 8차례 대회에서 7번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등 한국을 추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시아에 한국의 적수는 없었다. 김온아는 2연패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막내였던 김온아는 이제 주축으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 '맏언니'는 아니었지만, 베테랑에 가까웠다. 류은희 심해인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김온아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김온아는 후배들과 함께 한걸음씩 나아갔고, 2연패 쾌거를 이뤘다. 그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2연패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결승이라 그런지 조금 긴장한 면도 있었다. 중간에 고전을 했었는데, 그래도 차분하게 마지막까지 경기 잘 이끌고 좋은 경기로 마무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온아는 "부상 선수들이 합류를 못하면서 어린 선수들 위주로 왔다. 어린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줘서 내가 부족해도 그 부분을 잘 채웠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그의 마음가짐은 어떨까. 김온아는 "막내일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막내일 때보다 심적으로 부담감을 이겨내야 해서 고참이 더 힘든 자리인 것 같다. 나로 팀 플레이가 잘 이루어져야 하기 문이다. 그 부담감을 못이기면 무너질 수 있다. 그걸 책임감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책임감을 가지려고 했다"고 했다.
여자 핸드볼은 아시아 최강이다. 주변에선 쉽게 우승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김온아는 "아시아에 적수가 없다고들 한다. 또 예선에서도 10골 차이로 이기니 결승도 수월하게 우승하지 않겠냐고 한다. 그러나 분석을 철저히 하고 훈련을 한 게 경기에 나와서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자 핸드볼은 훈련량으로 승부를 보는 종목이다. 주변에서 더 열심히 해서 금메달 이뤘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참으로서 후배들과 어우러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온아는 "사실 팀 내에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내가 막내였을 때는 언니들 눈도 잘 못 쳐다봤다. 그런데 지금 동생들은 장난도 치고 먼저 와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말을 걸어준다. 선배들도 다 받아 들이고 하나 돼서 하자 이런 얘기를 한다. 분위기는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송)지은이나 (이)효진이나 센터백으로 왔는데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세계대회 경험이 많이 없기 문에 긴장을 많이 하더라. 괜찮다고 했다. '실수해도 괜찮은 나이다. 패기 있게 하는 게 너가 하는 자리다.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그래니 다음 경기부터 편하게 하더라. 나도 '실수해도 되는 나이다. 경기는 언니들이 책임진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후배들도 똑같이 받아들인 것 같다. 후배들이 잘하도록 오래오래 자리를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이제 '황금 세대'와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을 꿈꾸고 있다. 김온아는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핸드볼은 23~24세 때보다 28~30세가 돼야 눈을 뜨는 것 같다. 노련민가 생겨서 도쿄올림픽은 나도 기대가 된다"며 웃어 보였다.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