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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Live]답답했던 홍콩전,21점에도 웃지 못한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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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Live]답답했던 홍콩전,21점에도 웃지 못한 대표팀

홈런 5방으로 21점. 숫자로만 보면 프로 최고선수들로만 구성된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호'의 공격이 드디어 제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마지막 9회 때 홍콩의 B급 투수를 상대로 화끈하게 몰아친 걸 가지고 공격력 부활을 말하기엔 체면이 서지 않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호'가 1라운드 예선을 2승1패로 마무리하며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치른 B조 예선 최종 홍콩전에서 결국 21대3으로 이겼다.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때 홈런 4방을 몰아치며 10득점한 결과다. 대표팀 공격의 선봉장 이정후가 7타수 4안타(2홈런) 3득점 4타점을 기록했고, 황재균도 전날에 이어 홈런을 추가했다. 결국 한국은 이날 장단 16안타(5홈런)으로 예선 1차 라운드를 최다득점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폭발적인 공격 기록의 내용과 나온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답답함이 크게 든다. 기본적으로 홍콩을 상대로 9회 정규이닝을 치른 것 자체로 문제가 있다. 홍콩은 이번 아시안게임 예선라운드에서 인도네시아를 7대4로 이겼지만, 대만에는 1대16으로 5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팀이다. 객관적으로 한국과의 전력차가 극명하다. 특히나 전날 대만이 5회에 경기를 끝냈기 때문에 한국도 콜드게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은근한 비교도 됐다.

그러나 한국은 8회까지 진땀나는 승부를 했다. 심지어 5회까지는 5-2로 팽팽한 접전이었다. 한국 선발 임찬규는 4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았지만 4안타(1홈런)을 허용하며 2실점했다. 콜드게임으로 일찍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며 이틀 뒤 슈퍼라운드를 대비하려던 계획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기본적으로 수 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한국 야구대표팀이 실업리그조차 없는 홍콩을 상대로 이렇게 고전했다는 게 현재 야구 대표팀 '선동열 호'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선 감독은 "최강의 전력을 구성하겠다"며 선수들을 선발했지만, 그 내용에 의문점이 들게 했다. 또 뽑은 선수들도 좀처럼 실전 감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연습경기를 치르지 않고 온 게 실전 감각의 저하로 이어졌고, 이게 타격 기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선 감독은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중심 타자들이 너무 잘 하려는 마음이 커서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것 같다. 덕아웃에 들어와서 분해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나로서는 최대한 선수들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언뜻 듣기에는 맞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결국은 대책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규시즌을 치르던 선수들이 타격감을 잃었다는 건 처음부터 대회 준비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홍콩전 승리에도 '선동열 호'가 웃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