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두 경기를 치른 선동열호의 홈런은 3개다.
지난 26일 대만전에선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대만전의 유일한 득점인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27일 인도네시아전에선 황재균(KT 위즈)이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단 두 경기 뿐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홈런 가뭄'보다 주목되는 건 KBO리그와 달라진 '타구의 질'이다. KBO리그에선 여유롭게 담장을 넘기던 타구가 이번 대회에선 평범한 플라이에 그치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26일 대만전 5회말 2사 3루에서 나온 김현수의 중견수 플라이, 27일 인도네시아전 5회말 1사 후 좌중간 펜스를 맞고 2루타가 된 박병호의 타구가 그랬다. 홈런을 예상하며 천천히 뛰던 박병호는 타구가 펜스에 맞고 나온 것은 본 뒤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대만제 '브렛(BRETT) BR-100'을 공인구로 채택했다. 이 공의 표준 사이즈는 둘레 228.6mm에 무게 141.74g 정도다. KBO리그 공인구에 비해 둘레는 적고 무게는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홈런쇼는 커녕 낮은 반발력 탓에 선동열호 타자들을 애먹이고 있다.
KBO의 공인구 반발계수 허용기준은 0.4134~0.4374다. 일본(0.4134), 미국(0.410 미만)과 비교했을 때 같거나 높지만, 실제 체감지수는 현저히 높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난 6월 공인구 검사에서 통과된 KBO리그 공인구 평균 반발계수는 0.4176였다. KBO는 홈런을 양산하는 '탱탱볼' 논란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공인구 브랜드를 단일화 시켰다. 그러나 '뻥야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반발계수 축소에 대해선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인구와 더불어 국제대회 때마다 거론되는 '스트라이크존'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KBO리그에서 좁은 스트라이크존 탓에 애를 먹는 투수들은 국제대회에서 넓은 존에 또다시 적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만 투수들은 넓은 존을 활용하면서 선동열호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갔다. 반면 한국 타자들은 바깥쪽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올 때마다 어리둥절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나왔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APBC(아시아프로야구선수권) 때마다 반복됐던 KBO리그 공인구의 반발력, 좁은 스트라이크존 문제가 이번 대회를 통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 팀타율은 2할8푼7리, 팀당 평균 136홈런을 기록 중이다. 타고투저의 정점으로 꼽혔던 2016시즌(팀타율 2할9푼, 평균 148홈런)보다 낮지만, 지난 시즌(팀타율 2할8푼6리, 평균 155홈런)을 넘어설 기세다. 타고투저 흐름에서 양산되는 대량득점이 KBO리그 흥행에 일조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구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