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세례가 쏟아졌지만 몸은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배선우(24·삼천리)가 우중 혈투 끝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마지막 날 몰아치기가 돋보인 대역전 우승이었다. 배선우는 2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에서 열린 KLPGA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는 무결점 플레이 속에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쳤다. 8언더파는 코스레코드다. 배선우는 11언더파로 동타를 기록한 나희원(24)을 연장 첫 홀에서 꺾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시즌 첫 승이자 지난 2016년 이후 2년만에 기록한 통산 3승째. 이로써 배선우는 올시즌 KLPGA 5번째 연장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하이원 대회는 2년 연속 연장승부 끝에 우승자가 가려졌다. 지난해에도 연장 승부에서 이정은이 장하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라운드까지 3언더파를 기록중이던 배선우는 선두 나희원(11언더파)과 무려 8타 차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배선우는 매서운 집중력으로 최고의 하루를 만들었다.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몰아친 그는 후반 11번홀부터 3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나희원을 맹추격했다. 나희원은 이날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2개를 범해 이븐파에 그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1언더파로 먼저 대회를 마친 배선우는 챔피언조 나희원의 경기를 지켜보며 연장승부를 준비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렵게 플레이 됐던 18번 홀(414m)에서 나희원이 파세이브를 해야 연장을 치를 수 있었던 상황. 코스 전장이 긴데다 장대비까지 내려 힘들었던 상황 속에서도 나희원은 차분하게 세번째 어프로치 샷을 홀에 잘 붙이며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승부는 3번째 어프로치샷에서 갈렸다. 배선우가 홀 가까이 붙인 반면, 나희원의 샷은 조금 짧아 2m가 넘는 까다로운 퍼팅을 남겼다. 나희원의 파 퍼팅이 홀을 빗나가자, 배선우는 침착하게 파 퍼팅을 홀에 떨구며 양 손을 치켜올렸다.
배선우는 "작년부터 우승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나는 잘한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라고 웃으며 "이렇게 몰아서 뒤집어 우승할 줄 몰랐는데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대견하다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장 승부에 대해 그는 "여기(18번 홀)가 버디가 나오기 힘든 홀이기 때문에 최대한 파로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와서 다행스럽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2013년 10월 데뷔 후 5년만이자 46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노렸던 나희원은 연장승부에서의 아쉬은 어프로치샷으로 우승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소영 최혜진 남소연이 9언더파 207타로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혜진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 오지현을 제치고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우승자 이정은은 4언더파 212타로 공동 12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는 태풍 솔릭 영향으로 두번째 날 2라운드가 취소되면서 3라운드 54홀 대회로 축소 진행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KLPGA/박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