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3 농구는 기존의 농구와는 완전히 다른 스포츠라고 봐야 한다. 물론 농구에서 출발한 종목이라 기본적인 경기 방식과 룰이 농구와 같다. 하지만 이 기본 룰이 좁은 하프코트에 응집되면서 조금씩 변용이 일어났다. 더 빨라지고, 더 격렬해졌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채 10분도 안 됐는데, 경기가 끝나기도 한다.
경기장을 둘러싼 관중들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일단 3X3 코트에는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이 늘 흘러나온다. 장내 MC가 마이크를 잡고 수시로 떠들며 관중들의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3X3 농구를 현장에서 마주하니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X3 농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번 대회를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구성된 남녀 3X3 대표팀이 예선라운드에서 눈부신 선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폭풍 선전'이었다. 여자는 최규희(21)와 김진희(21·이상 우리은행) 김진영(22) 박지은(23·이상 KB스타즈) 구성됐다. 남자는 안영준(23·SK)과 김낙현(23·전자랜드) 박인태(23·LG)에 '막내' 양홍석(21·KT)이 한 팀이다. 소속과 나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은 현재 WKBL과 KBL에서 뛰고 있는 현역들이다. 입단 연차가 적은 23세 이하 선수들 중에서 골라 이번 아시안게임 3X3을 위해 부랴부랴 대표팀을 구성했다.
아무리 현직 프로선수라고 해도 3X3 농구를 전공으로 한 선수들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3X3은 기본적으로 5대5 농구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그 차이점이 너무나 뚜렷해 새로운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득점 체계, 공의 크기, 경기장 규격 등도 전부 다르다. 그래서 급조된 남녀 대표팀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선수 개별 실력이야 이미 프로 무대에서 검증 받았지만, 같이 모여 3X3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농구를 할 때 과연 제 기량이 나오겠느냐는 의문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녀 3X3 대표팀은 거침이 없었다. 결국 지난 25일 끝난 예선라운드에서 남녀 모두 전승으로 8강에 올랐다. 여자 3X3 대표팀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시리아를 물리쳤다. 첫 경기 시리아전이 최대 고비였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경기 초반 5-0까지 앞서다 방심한 듯 연거푸 실점을 허용하더니 결국 6-6으로 따라잡혔다.
이때부터 손에 땀을 쥐는 시소 게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9-10으로 뒤지던 종료 2분3초 전 최규희의 2점슛으로 역전했고, 계속해서 최규희의 야투와 김진영의 2점슛으로 14-10으로 벌렸다. 하지만 여기서 또 14-13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끝내 한국은 16대15, 1점차로 이겼다. 이 승리가 질주의 원동력이 됐다. 이후 더 집중하고 방심하지 않게 됐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만-몽골-키르키즈스탄-방글라데시와 한 조를 이룬 남자 3X3 대표팀은 지난 22일 키르키즈스탄과의 첫 판을 21대12로 따낸 뒤 곧 바로 1시간 뒤에 대만과 만나 20대-18로 힘겹게 이겼다. 종료 2분5초를 남기고 15-15로 팽팽히 맞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영준이 1분11초부터 연속 5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1분11초 전 2점슛에 이어 57초전, 그리고 종료 4초전 1점슛을 터트리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소 약한 팀들과 만났지만, 분명한 위기도 겪은 남녀 3X3 대표팀이다. 특히 남자 대표팀의 경우 선수촌에서 제공하는 샐러드를 잘못 먹었다가 집단 배탈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행히 일시적 복통과 설사 등으로 상황이 수습됐지만, 여전히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지원은 없는 상황에서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으며 대회를 치르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들의 예선 선전으로 인해 국내 3X3 농구에 대한 관심은 이미 크게 증가했다. 만약 이들이 이런 난관을 뚫고 메달까지 따낸다면 3X3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만큼 흥미로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남녀 대표팀은 26일 오후 5시(한국시각)부터 8강 라운드에 돌입한다. 8강부터 4강, 결승까지 모두 하루에 치러진다. 과연 한국 3X3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 메달 꽃을 피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