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라건아가 핵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대표팀. 27일 8강전에서 난적 필리핀을 상대한다.
필리핀전, 벌써부터 큰 압박감을 준다. 미국프로농구 스타 조던 클락슨(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존재 때문이다. 농구월드컵 예선 난투극 징계로 주축 선수 10명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오지 못한 필리핀이지만, '급'이 다른 전천후 득점원 1명의 가세로 필리핀은 우승 후보 팀들을 위협할 최강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필리핀은 우승 후보 중국과의 에선전에서 2점차로 석패했는데, 클락슨이 혼자 28득점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한국도 클락슨을 막지 못하면, 중국처럼 혼쭐이 날 수 있다.
그렇다고 클락슨에게 너무 기죽을 필요도 없다. 농구는 5명이 하는 스포츠다. 슈퍼스타 1명이 아무리 위협적이라고 해도, 조직적이지 못하면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또, 필리핀에 클락슨이 있다면 한국에는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가 있다. 필리핀은 주축 선수들 이탈로 현재 센터진 전력이 매우 열세다. 클락슨이 1m96의 큰 키지만 플레이 스타일상 골밑에 들어올 일은 없다. 아무래도 골밑은 라건아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클락슨이 몇 점을 넣든, 라건아가 20득점 이상 골밑에서 해주며 중심을 잡아주면 한국 대표팀이 필리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갈 일은 없다.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리 앞선에서 괴롭힌다고 해도, 클락슨이 그 수비를 뚫어냈을 때 2차 저지선 역할을 해야한다. 클락슨은 슈터라기 보다는 돌파 후 골밑 마무리를 즐기는 돌파형 가드이기에 라건아의 블록슛 능력이 중요해진다.
또, 한국이 지역방어를 사용할 때 골밑 움직입도 중요하다. 프로 리그에서 지역방어를 많이 서본 라건아지만, 대표팀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은 짧다. 지역방어는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 등이 핵심. 골밑에서 라건아의 움직임에 허점이 발생하면 한국의 수비가 그대로 무너질 수 있다.
라건아는 이번 대표팀에 오세근(안양 KGC) 김종규(창원 LG 세이커스) 이종현(현대모비스) 등 막강한 센터진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고군분투 해주고 있다. 과연 필리핀전 클락슨 효과를 지워버리는 '키맨'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