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시간이 되면 무조건 경기를 중단해야 된다고 하네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 룰 미팅을 위한 감독자 회의에서 대회 주최측으로부터 황당한 규정을 접했기 때문이다. '논의 사항'이나 '권장 사항'이 아니라 엄격히 정해진 규정의 통보였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팀들이 따라야 하는 이 규정은 바로 '기도 시간에는 경기 중지' 규정이었다. 국교까지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에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생긴 황당한 로컬 룰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약 2억6000여 만명)의 87%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다.
선 감독은 25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팀의 두 번째 공식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선 감독은 "오늘 감독자 회의가 있었는데, 거기서 기도 시간에는 경기가 일시 중단된다고 하더라. 얼핏 듣기로 오후 1시와 오후 3시, 오후 6시, 오후 7시경이 기도시간이라고 하더라. 결국 우리 팀의 경우 낮 경기와 오후 경기 때는 기도시간이 겹친다 된다"고 밝혔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무슬림들은 하루에 의무적으로 5번씩 기도시간을 지켜야 한다. 기도 시간은 지역마다 태양이 뜨는 시간이 달라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까지 다른 종목의 경우 이 기도시간에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왜 야구에만 이 기도 시간이 적용됐는 지는 의문점으로 남는다. 선 감독은 "서로 의견을 내고 문의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현지 자원봉사자에 따르면 현재 자카르타의 정확한 기도 시간은 새벽 5시와 오후 1시, 오후 3시, 오후 6시 그리고 오후 7시로 총 5번이다. 결국 오후 1시와 오후 3시, 그리고 오후 7시가 문제다. 한국은 예선전에서 오후 6시30분(현지시각)에 대만(26일)과 인도네시아(27일)를 상대하고, 낮 12시에 홍콩(28일)을 상대한다. 결국 대만과 인도네시아전 때는 오후 7시 기도시간에 한 번 걸리고, 홍콩전 때는 오후 1시와 오후 3시 기도시간과 맞닥뜨리는 것이다. 물론 홍콩전을 콜드게임으로 일찍 끝낸다면 오후 3시 기도시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도 시간은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이 흐트러질 수 있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의 경우 투구 리듬을 잘 유지하는 게 숙제가 될 듯 하다. 난생 처음 이슬람교의 기도시간을 걱정하게 된 야구대표팀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