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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감전사로 '안전불감증' 논란…'공짜노동' 파업 등 악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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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J대한통운의 대형 물류센터에서 한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중 감전돼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해 '안전 불감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2년전 큰 충격을 안겼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오버랩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고를 당한 대학생이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일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문제로 번질 조짐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복귀 후 글로벌 진출 속도를 높이면서 삼성 출신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공짜노동' 논란으로 인해 지난달 초유의 파업 사태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누전 추가 발견으로 작업 중단 구역 확대…'제2의 구의역 사고' 논란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대전 대덕구에 있는 CJ대한통운 대전허브터미널에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A씨(23)가 컨베이어벨트 인근에서 감전돼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뒤 열흘만인 지난 16일 새벽 사망했다.

당시 A씨는 폭염 때문에 웃통을 벗은 채로 작동중인 컨베이어벨트 청소작업을 하다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게다가 유족 측에서 "물류센터 관계자들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전기가 흐르는 위험한 부분을 청소하도록 지시를 내려서 사고가 났다", "사전 안전교육이 미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해당 작업장이 실내이긴 하지만, 워낙 넓은 데다 먼지로 인해 에어컨 가동이 어려운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누전이 정기 안전점검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우발적인 사고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전지방 고용노동청은 사고 발생 작업대 외에 다른 곳에서도 누전이 발견돼 작업중단 명령을 추가로 내린 상태다. 고용노동청은 작업장 규모가 워낙 크고 추가 누전이 발견된 만큼, 20일 만료된 특별검사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검사 시한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누전이 사고가 일어난 한 곳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추가로 발견된 만큼, 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라면서, "해당 업체가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 민중당과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도 진상 규명 요구와 함께, 청년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키는 '청년사회상속제' 및 노동자 산재 사고에 원청 기업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처벌법' 입법 등 제도 개선 촉구에 나섰다.

민중당은 지난 17일 "또 다시 안타까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일어났다"며 "택배 물류센터는 유족 앞에 사죄하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정의당도 같은날 논평에서 "폭염 속에 고된 노동을 해야 했던 청년노동자는 자신의 안전을 지킬 방법을 교육받지 못했고, 결국 참담한 사고로 이어졌다"며 "그럼에도 사측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이번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감전 사고는 청년들의 젊음을 소모하고 다급함으로 몰아가는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참사"라면서 "청년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청년사회상속제'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몸집 계속 불리는 '공룡 택배기업'…노사 갈등·잡음 끊이지 않아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올 상반기 택배 물량 기준 국내 시장의 49.2%를 차지한 '공룡 택배 기업'이다.

이재현 회장이 그룹 경영에 복귀한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물류기업 기업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그룹 출신의 박근희 부회장을 영입해 관심을 받았다. 박 부회장은 삼성그룹 중국본사 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총괄 사장 출신의 '중국통'으로, 역시 CJ중국본사 대표를 겸하고 있는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와 함께 CJ대한통운의 중국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박근희 부회장은 CJ대한통운 뿐 아니라 CJ그룹 차원의 대회활동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박근희 부회장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경영진단 전문가인 만큼, 그룹 전반에 '감사 및 구조조정 노하우'를 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긴 시간 공방 중인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사이의 갈등 봉합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블랙리스트 의혹'에 이어 배송전 분류시간 관련 '7시간 공짜노동' 공방으로 마찰을 빚은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갈등은 지난달 '파업'까지 연결되는 진통을 겪었다. 파업은 중단됐지만,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 택배노조는 지난달 규탄집회를 통해 CJ대한통운이 '물량 빼돌리기 주범'이며 노조와 대리점 간 협상을 결렬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7일 CJ대한통운 및 위탁대리점주들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CJ대한통운에서는 "1만8000명의 택배기사 중 노조 가입자는 300~400명 선으로 대표성엔 의문"이라면서, "또한 CJ대한통운은 직접 고용주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CJ대한통운의 행보는 글로벌 톱5를 노리는 기업답지 않다"면서, "몸집 불리기에 앞서 미숙련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확보와 교육은 물론, 택배기사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 내부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