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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리우를 계기로 더 커진 김태훈, 이제 도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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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을 계기로 커졌어요. 실력보다는 선수로 더욱 성장한 것 같아요."

김태훈(24·수원시청)이 다시 활짝 웃었다.

2016년은 김태훈에게 아픔이었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한 그에게 마지막 남은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태권괴물' 문대성에 이어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두번째 그랜드슬램을 노렸다. 패배를 몰랐던 그였기에, 2016년 리우올림픽은 김태훈의 황제 대관식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꿈은 첫 판에서 무너졌다. 16강전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모두가 놀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패배였다. 정신을 가다듬은 김태훈은 패자부활전에서 본 기량을 과시하며 동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이후 열린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도 무관에 그쳤다. 탄탄대로였던 그의 태권도 인생에 첫번째 시련이었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2017년 김태훈은 다시 날아올랐다. 무주에서 열린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3연패에 성공했다. 이어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태권도그랑프리 파이널에 이어 2018년 아시아선수권까지 거머쥐었다. 올림픽의 아픔을 딛고 한단계 더 발전했다. 김태훈은 "올림픽은 큰 경험이었다. 리우올림픽을 계기로 많이 성장했다. 리우 전보다 이 후 더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했다.

1m83-58㎏라는 타고난 신체조건에 공격적인 스타일까지, 김태훈은 현대 태권도에서 필요한 요건을 모두 지녔다. 전자호구 도입 후 가장 중요해진 파워까지 갖췄다. 여기에 '절박함'까지 더했다. 누구보다 확실한 금메달이라고 했지만,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 최강자로 군림하며 상대의 견제와 분석은 더욱 거세졌다. 아시아 무대는 세계 무대 못지 않게 치열한 무대다. 김태훈은 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WTF 월드태권도그랑프리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한템포 쉬었던 김태훈은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값을 확실히 했다. 8강에서 카자흐스탄의 이스카크 옐도스에게 11대9으로 이긴 것이 유일한 신승이었을뿐,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를 눌렀다. 준결승에서 일본의 세르히오 스즈키를 24대11로 제압한 김태훈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CC 플레내리홀에서 열린 남자 태권도 58㎏이하급 결승에서 니야즈 풀라토프(우즈벡)를 24대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태훈은 "겨루기 종목 첫번째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나를 시작으로 다른 선수들도 다 잘할 것"이라며 "매순간 힘들었다. 특히 8강에서 강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잘 안풀렸다. 이 경기 이후 감을 찾아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한 김태훈의 시선은 도쿄를 향한다. 쉬운 길은 아니다. 국내에 최강의 적수가 생겼다. 장 준(18·홍성고)이다. 장 준은 12일 한국 역대 최연소로 월드태권도그랑프리 정상에 올랐다. 세계의 적수들도 우글우글하다. 하지만 김태훈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태훈은 "일단 제일 큰 목표는 역시 올림픽이다. 하지만 아직 2018년이다. 2019년도 있고 내년 세계선수권도 있다. 출전 자격만 된다면 모든 대회 나가 좋은 성적 내고 싶다"고 했다. 이제 '올림픽 금메달'과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가는 그의 꿈을 응원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