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스태프들과 함께 대회가 열리는 자카르타를 방문해 경기장과 숙소 시설을 둘러보고 왔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개최 장소가 두 곳이다. 하나는 자카르타에 위치한 GBK 야구장이고, 또 하나는 차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라와만군 보조구장이다. 한국은 GBK 야구장에서 조별 예선과 슈퍼라운드, 결승전을 치른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라와만군 보조구장엔 갈 일이 없다.
GBK 야구장은 아시안게임을 위해 새로 지은 경기장이라 잔디상태도 양호한 편이고, 관중석도 2400석 규모로 그럴 듯하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장 크기가 국내 KBO리그 경기장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다.
GBK 야구장의 펜스까지의 거리는 좌측 328피트(약 100m), 우측 324피트(약 99m), 중앙 400피트(약 122m)이다. 펜스 거리만 보면 광주, 대전, 대구구장이나 고척스카이돔과 비슷하다. GBK 야구장의 펜스 높이도 2.5m 정도로 국내 경기장과 다를 바 없다. 낯선 곳에서의 펜스 거리와 높이는 타자들이 적응해야 할 중요한 변수중 하나인데, 국내 야구장과 차이가 없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특히 펜스 거리가 주목되는 건 대표팀 타자들 가운데 거포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박병호 김재환 손아섭 김현수 양의지 등이 이번 대표팀의 홈런 타자로 꼽힌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전까지 올시즌 홈런수를 보면 박병호와 김재환이 33개로 이 부문 공동 2위이고, 손아섭이 21홈런, 김현수와 양의지가 20홈런을 각각 터뜨렸다. 이밖에 19홈런을 친 황재균과 안치홍, 17홈런의 김하성도 언제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장타력을 지녔다.
대표팀 타순이 어떻게 구성될 지는 알 수 없으나, 선동열 감독은 박병호 김재환 김현수를 중심타선에 배치할 공산이 크다. 손아섭 안치홍 김하성 황재균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수 있는 주축 전력이다. 홈런으로 승부가 갈린다면 이들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 만하다.
역대 아시안게임 주요 경기를 들여다 보면 홈런으로 승부가 갈린 경우가 많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5전 전승을 거두는 동안 7홈런을 쏘아올렸다. 추신수가 예선 첫 경기 대만전에서 투런홈런 2개를 터뜨렸고, 이어 홍콩전에서는 강정호가 홈런을 날렸다.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는 추신수가 대회 3호 솔로홈런을 작렬했고, 대만과의 결승에서는 이대호와 강정호의 홈런포 3방에 힘입어 9대3으로 가볍게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대회에서는 대만과의 예선 2차전에서 박병호 강정호 오재원이 홈런 1개씩을 날려 10대0 대승을 이끌었다. 홍콩과의 예선 3차전에서 민병헌의 홈런 등으로 12대0으로 크게 이긴 한국은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는 4-2로 앞선 6회 박병호의 3점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고 결승에 올랐다. 인천대회에서는 총 6개의 홈런이 터져나왔다.
공교롭게도 대표팀 4번타자가 유력한 박병호는 아시안게임에서 2개의 홈런을 터뜨린 경험이 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박병호를 비롯한 거포들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