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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터프한 골잡이 로숙영, 팀안팎 기대치 수직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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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네요."

한국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이자 테크니션인 박혜진이 한 말이다. 무엇이 박혜진의 답답했던 숨통을 시원하게 '뻥' 뚫어줬을까. 다름 아닌 든든하고 믿음직한 팀 동료 덕분이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던 박혜진의 마음에는 이제 이 선수에 대한 일말의 물음표도 남아있지 않았다. 100%의 신뢰와 더 좋은 활약에 관한 기대 뿐이다. 박혜진의 '인정'을 온몸에 쓸어 담은 팀 동료는 바로 북측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로숙영(25). 그가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봉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108대40으로 크게 이겼다. 68점의 점수차에 흥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도네시아 여자농구는 단일팀의 수준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결국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단일팀을 이끄는 이문규 감독은 아예 이 경기를 '연습 세션'처럼 활용했다. 선수 교체 정도 외에는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으며 '팀 코리아'의 전력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고, 여러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선수들이 운동을 통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러나 이렇게 여유있는 팀 운용에도 불구하고 낭중지추 격으로 눈에 띄는 선수들이 꽤 나왔다. 무엇보다 대회 시작 전부터 이문규 감독이 "WKBL에 와도 당장 상위급 선수가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 로숙영의 기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기를 보니 박혜진이 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했는 지 쉽게 이해가 됐다. 로숙영은 마치 '탱크'처럼 거침없었다. 터프 하면서도 빨랐다. 게다가 자신만의 득점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었다. 골밑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하거나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이날 로숙영은 혼자 22득점 8리바운드 4가로채기 2블록슛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가 득점만 고집하지 않았다는 게 기록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박혜진이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한 건 바로 이런 면 때문이다. 현재 단일팀은 빅맨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지수가 WNBA 소속팀 경기 일정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격이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로숙영이 이런 의문을 지워버렸다. 골밑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덕분에 앞으로 그에 대한 기대치와 활용도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남북 단일팀에는 좋은 일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