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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D-2]패러글라이딩 자카르타 첫 황금날개를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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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금메달수 65개 이상, 6회 연속 종합 2위 수성.'

지난 7월 10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결단식에서 이재근 진천선수촌장이 밝힌 금메달 목표 및 획득 전망이다. 전통적 강세 종목 태권도, 양궁, 펜싱 등에서 금메달 39개 이상, 기초종목 및 신규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이상, 골프, 복싱, 역도, 핸드볼 등 그 밖의 종목에서 금메달 19개 이상을 목표 삼았다.

익숙한 전통 종목 외 '신규 종목' 패러글라이딩 '크로스컨트리 팀 금메달 2개'라는 목표에 시선이 머물렀다.

8월 초, 수은주가 40도까지 치솟은 경남 합천 대암산을 찾았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당당히 아시안게임 이 종목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들의 마무리 전훈지다. 김진오 이창민 이성민 임문섭 이철수, 이다겸 장우영 백진희로 구성된 패러글라이딩 아시안게임 남녀대표팀은 산 정상을 하루 6~7번씩 오르내린다. 산 중턱의 착륙장에 그늘막 캠프를 마련한 후 승합차로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정상까지 오른다. 25㎏에 육박하는 장비를 거뜬히 짊어지고 해발 581m 정상에서 같은 코스를 수차례 날아오르며 맹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3시간 넘게 창공에서 바람과 열기,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야 하는 크로스컨트리는 메달 유력 종목이다. 아시안게임 경기장과 유사한, 경사면 지형을 고려했다. 이날 훈련은 정밀착륙 훈련이었다. 바람의 방향, 고도를 면밀히 살핀 뒤 차례로 이륙한다. 착륙장의 지름 5m 원 위에 놓인 20㎝ 전자타깃 위에 가장 가까이 착륙해야 한다. '51세 주장' 1967년생 김진오는 대표팀의 맏형이자 백전노장 플레잉코치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최고령 선수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20대, 신문에서 우연히 패러글라이딩 기사를 읽은 후 운명이 바뀌었다. 1991년 처음 활공을 시작한 그는 대한민국 패러글라이딩의 역사다. '맨땅에 헤딩'하며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고 전파한 명실상부 '1세대'다. 패러글라이딩에 미쳐 자비로 대회에 출전하며 전세계 하늘을 누볐다. 2005년엔 세계랭킹 1위도 찍었다. 27년의 공력, 너무나 좋아서 평생을 바친 패러글라이딩으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미소 짓는다. 패러글라이딩 동호인 사이에 그는 스타이자 로망이다. '테크니션' 임문섭이 그의 제자다. 사제가 함께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됐다. 패러글라이딩 전문가인 그는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시연하고 점검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이창민 이성민은 '형제 국대'다. 동생 이성민이 먼저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했고, 형을 끌어들었다. 형제는 자카르타 하늘에서 금빛 날개를 펼칠 꿈에 부풀어 있다. 형제 국가대표 소감을 묻자 이구동성 "가문의 영광"이라며 활짝 웃는다. 먼저 결혼한 동생 이성민은 백일이 갓 지난 아기와 아내를 집에 떼어놓고 왔다. 금메달을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형제에게 금메달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긍정의 마인드로 무장한 이철수는 단체전 금메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맏언니 백진희는 여자대표팀 최고의 베테랑이다. 육상선수 출신인 그녀는 부상으로 인해 체고 진학이 무산 된 후 태국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만났다. 국내 패러글라이딩 장거리 부문 여성 신기록 보유자다. 용인 정광산에서 전북 진안까지 직선거리 155㎞를 5시간 43분 동안 무동력으로 비행했다. 3명의 여자 국가대표 중 유일하게 아이엄마이기도 하다. "가족들에게 꼭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장우영은 패러글라이딩국 가대표팀 총감독 최종인 교수의 직속 제자다. 한서대 항공레저스포츠학과에 입학해 최 교수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했다. 수업시간에 배운 패러글라이딩의 마력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졸업 후에도 패러글라이딩을 놓지 않았다. 결국 패러글라이딩은 그녀의 평생 직업이 됐다.

막내 이다겸은 패러글라이딩의 미래를 꿈꾼다.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고 하면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저 좋아서 자비로 어렵게 훈련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패러글라이딩이 더 많이 알려지고, 후배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2인승 패러글라이딩 레저 사업을 하고 있다. 국가대표로 나서기 위해 한여름 대목인 휴가철에 생업을 접었다. 100만원 남짓한 국가대표 수당, 열악한 지원에도 이들은 태극마크의 자부심으로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 최종인 감독은 아마추어 선수 출신인 이들이 국가대표로서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도록 1988 서울올림픽 체조 동메달리스트 박종훈 관동대 교수에게 특강을 요청하는 등 정신적인 무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사실 한국은 장거리 '크로스컨트리' 단체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패러글라이딩은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강한 종목이다. 전자타깃에 최대한 가까이 착륙하는 정밀착륙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이 강호로 꼽힌다. 패러글라이딩 6개의 금메달 중 4개가 정밀착륙 남녀 개인-단체전에 배정됐다. 하지만 한국은 개의치 않는다. '강세 종목' 크로스컨트리 단체전에서 남녀 금메달을 싹쓸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밀착륙에서도 충분히 멀티 메달을 확신한다.

폭염 속 맹연습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자카르타의 황금날개, 패러글라이딩은 20일부터 29일까지 인도네시아 웨스트 자바의 푼칵에서 열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