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켈리, 타자가 아닌 타수로 제2의 에릭 테임즈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SK 와이번스 켈리(30)는 '코리안 드림'을 실현한 대표적인 외국인 선수 중 1명이다. 2015년 SK의 부름을 받아 한국 무대에 입성, 4년째 SK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한국에 처음 올 때, SK의 선택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그 당시부터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혈안이 된 프로야구 팀들이었는데, SK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혀 없는 어린 선수를 35만달러라는 헐값에 데려왔다.
하지만 켈리는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강속구를 앞세워 11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35만달러이던 몸값은 140만달러로 뛰어올랐다.
올해도 켈리의 진군은 현재진행형이다. 시즌 개막 직후 어깨가 살짝 불편해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 날씨가 무더워진 여름에는 수분 부족으로 인한 햄스트링 근육 경직 증상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10승 고지를 정복했다. 지난달 20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8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4전승을 거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켈리의 상승세에 미국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직접적인 관심을 보였다. 켈리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5⅔이닝 6실점(4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자신을 지켜보기 위해 메이저리그팀 관계자들이 구장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153km의 강속구를 뿌렸다.
이날 잠실에 관계자를 파견한 메이저리그 구단은 총 4개.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 캔자스시티 로얄스였다. 이들 외 또 1개 해외 구단 관계자가 있었는데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였다. 5개 구단 총 8명의 관계자가 이 경기를 지켜봤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 꺼번에 구장을 찾은 사례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이날 켈리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 두산의 16승 투수 세스 후랭코프도 관찰 대상일 수 있었는데, 이들 구단은 출입 허가를 받을 때 주로 켈리에 대한 얘기를 많이 꺼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서 성장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재입성한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NC 다이노스 출신 에릭 테임즈. 테임즈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NC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2017 시즌을 앞두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총액 1600만달러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금의환향이었다. NC에 오기 전에는 주로 트리플A에서만 뛰던 테임즈였는데, 한국에서 뛰며 변화구 적응 과정 등을 거쳐 힘과 정교함을 갖춘 타자로 발전했다. 메이저리그팀들도 수준이 높아진 한국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던 순간, 테임즈가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켈리 역시 테임즈가 밟은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보인다. 포심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지난해부터는 컷패스트볼까지 장착했다. 한국에 와 새로운 무기를 더한 것이다. 떨어지는 커브, 체인지업 위력도 좋다. 신인 선수의 평가이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는 있지만, '괴물신인'으로 불리우는 KT 위즈 강백호는 "여지껏 상대해본 투수 중 켈리의 공이 최고였다. 구위 자체가 달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과연, 켈리가 제2의 테임즈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