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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현의 깨달음, "욕심이 부담감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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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후반기 첫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LPGA에서 활약중인 거물 박인비와 고진영의 참가로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반도 폭염 속에 체력과 집중력 유지가 관건이었다. 한 주 전 열린 LPGA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했던 박인비 고진영 최혜진으로선 다소 애를 먹을 수 있었던 대회.

주인공은 오지현이었다. 국내에서 마인드 컨트롤과 컨디션 조절을 하며 후반기를 준비한 보람, 시즌 2승째로 나타났다.

오지현은 12일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4언더파 68타,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로 2위 그룹을 무려 6타 차로 따돌리고 후반기 첫승의 주인공이 됐다. 기아자동차 한국오픈 이후 2개월 만에 거둔 시즌 2승째이자 통산 6승째.

대회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챙긴 오지현은 올시즌 가장 먼저 총상금 6억원 고지(6억6643만원)를 돌파하며 최혜진을 제치고 상금왕에 올랐다.

김자영에 이어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오지현은 3번째 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그린 밖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기선제압을 했다. 스스로 꼽은 승부처였다. 그는 "그린 밖에서 먼거리 버디퍼팅이 들어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이후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한 것이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자영이 전반 1타를 잃어 단독 선두에 오른 오지현은 후반에 3타를 줄이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특히 16번홀(파4)에서 그린 밖에서 어프로치로 성공시킨 버디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멋진 샷이었다. "스폰서 대회와 아버지 고향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오지현에게 이번 대회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궈낸 값진 우승이었다. 2라운드에서 티샷 정확도가 떨어져 힘든 상황을 여러 차례 맞았지만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타수를 줄였다. 오지현은 "선두를 쫓아가는 경기라서 마음 편하게 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지현은 브레이크 동안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 시즌 첫 우승 후 평정심이 흔들리며 예기치 못한 컷 탈락 행진에 당황한 적도 있었다. 그는 "하반기 시작하기 전 부모님께서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반기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으며 다시 상금 1위로 나선 그는 "전반기 (한국오픈) 우승 후 주춤 했었다. 오늘 우승 이후에는 더 많이 신경쓰면서 흐름을 좋게 가져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오지현과 지존 대결을 펼치고 있는 최혜진은 이날 1타를 줄이는데 그치며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비록 상금 1위는 내줬지만 대상 포인트와 평균타수 1위는 지키며 후반기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다음은 오지현과의 일문일답.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소감.

▶작년 이 대회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그 기억을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스폰서 주최 대회이자 아버지 고향인 제주도에서 우승해서 두 배로 기쁘다.

-한국여자오픈 우승 후 내리 컷 탈락을 했었던 이유는.

▶올 시즌 시작할 때부터 목표를 '즐겁게 치자'는 것으로 삼고 플레이 해왔다. 그런데 우승하고 난 후 타이틀 때문에 욕심과 부담감이 생기더라. 욕심 때문에 고생했지만 많이 배우면서 리셋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문영 대회 때부터 좋은 성적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샷은 만족하는지.

▶안 좋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페어웨이를 놓친 것이 미스 샷이 아니라 코스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 코스는 랜딩지점 페어웨이가 좁아지기 때문에 장타자가 조금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대회 기간 바람이 꽤 많이 부는 편이어서 거리 계산도 어려웠다. 사실 샷 감은 좋아지고 있는 상태다. 둘째 날 티샷이 흔들리긴 했는데 1,3 라운드는 생각한대로 잘 됐다. 운이 안 좋았던 것 뿐이다. 대신 퍼트감이 좋아져서 우승할 수 있었다.

-오늘 중장거리 퍼트가 좋았는데.

▶솔직히 짧은 거리는 부담이 된다. 브레이크 보기가 힘들었다. 자신감 없는 경우 있어서 놓치기도 했다. 반면에 중장거리는 거리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스트로크 했더니 잘 떨어져 줬다.

-1타차 2위로 시작했는데, 오늘 라운딩 전 어떤 생각을 했나.

▶작년 선두로 나갔는데 우승 욕심을 가지면서 결과가 안 좋았다. 하반기 첫 대회 이틀 동안 컨디션 보여줬기 때문에 욕심내지 말고 분위기 전환하자. 내 플레이만 하자는 생각으로 쳤다. 우승 욕심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지만 작년의 경험으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챔피언조 경험도 한 몫을 한 것 같은데.

▶해마다 경험이 많이 느는 것 같다. 챔피언조에서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하는지 알아가면서 성숙해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셔터 소리 처럼 갤러리의 방해를 받았을 때 다시 회복하는 방법이 있나.

▶카메라 셔터는 모든 대회장에서 나는 소리다. 솔직히 신경 쓰이지만 분위기가 다운 되거나 하는 요소는 아니다. 경기 일부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어느덧 5년차. 골프 여왕 자리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데. 하반기는.

▶전반기에 힘들었던 것이 생각지도 않은 타이틀을 가지게 되면서 부담감 커지고 욕심이 생겨 힘들었다. 그래서 좋은 플레이, 좋은 성적 내면 따라오는 것이 타이틀이라는 생각으로 플레이 하자고 이번 쉬는 기간에 마음 먹었다. 하다 보면 연말에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물론 욕심이 안날 수는 없겠지만 후반기에는 전반기와 같은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힘든 것이 뭐였나.

▶타이틀을 가져서 좋기도 했는데, 지켜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감에 짓눌렸다. 위에서 지키는 게 힘들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박인비, 유소연 프로를 더욱 존경하게 됐다. 올해 대상, 상금 등 모두 1등에 오르면서 잘 치겠다는 마음과 함께 욕심이 생겼다. 더 잘해서 타이틀을 지켜한다는 생각이 커졌고, 2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컷탈락하면서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하반기 큰 대회 많은데 특히 타이틀 방어를 앞두고 있다.

▶한화 타이틀 방어가 욕심 나지만 모든 선수들이 욕심 내고 있는 대회다. 컨디션 유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만족하는 플레이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잘한다. 하지만 우승 해야겠다는 생각 하면 못 하더라.

-이번 대회 우승의 가장 결정적인 비결을 꼽자면.

▶작년 경험이다. 작년의 실패가 도움이 많이 됐다. 덕분에 챔피언 조였지만 심적으로도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플레이 했고 편안했다.

-남은 목표?

▶작년에 시즌마다 1승씩 하는 징크스를 깨고 시즌 2승을 기록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빨리 시즌 2승을 달성해낸 만큼 시즌 3승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싶다.

-올시즌 하반기 구도 변화를 예상한다면.

▶KLPGA가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실력이 향상 됐다. 첫 우승 선수도 늘어가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장하나, 최혜진의 삼파전이 라고 해주시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골프다. 셋이 함께 치면서 서로 배워가는 것 같다.

-잘 될 때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잘 될 때 조금 아픈 경향이 있다. 장염이 걸린다거나, 이번 대회에는 손목이 조금 아팠다. 시즌 중에는 매트에서 연습하는 시간이 줄었는데, 이번 2주 간 연습장에서 연습을 많이 한 탓에 손목에 무리가 조금 왔다. 컨디션 좋았을 때 우승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잠깐이나마 슬럼프. 기술적인 면 달라진 것은.

▶컷 탈락 두 번 했을 때도 사실 샷 감은 좋았다. 스코어는 퍼트 감에 따라 달렸다. 퍼트가 안되면 마음 다급해지고 좋은 성적 못 내는 것 같다. 샷 감은 한국여자오픈보다 좋지는 않지만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다행인 것은 퍼트감이 올라오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캐디에 대한 신뢰는 어떤가.

▶캐디 오빠와 팀으로서 하려면 신뢰가 중요하다. 나는 캐디 오빠를 믿으려고 하고, 캐디 오빠는 생각을 존중해주려고 노력한다. 얘기 하면서 맞춰가고 있고, 신뢰를 키우는 것을 중점적으로 노력한다.

-근육량 알고 있나. 인바디 재본 적 있나.

▶인바디 재본 적 없다. 몸에 근육 있는 편이고,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근육량이 많고 질이 좋은 것 같다고 하시긴 한다.

-장타 비결.

▶순발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순발력이 뛰어난 편이다.

-18번 홀 챔피언 퍼트를 남기지 않고 먼저 친 이유는.

▶자영 언니가 퍼트 어드레스를 하면 내 볼에 걸려서 내가 먼저 치겠다고 했다. 아쉽지는 않았다.

-3번 버디 상황, 그 이후 답답한 파 행진이었는데.

▶3번 홀은 짧을 줄 알았는데, 들어가더라. 기뻤다. 이후에 답답하긴 했는데 좋은 흐름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캐디 오빠가 후반까지 기다리자는 이야기 해줘서 견뎌낼 수 있었다.

-즐겁게 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100미터 이내의 샷이 부족한 편이다. 2주 동안 많이 연습한 덕분에 많은 버디를 잡았다. 시즌 중에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남은 하반기에 메이저 대회도 많고, 러프도 길어져 코스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티샷 정확도도 더 높여야 할 것 같다.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연습하겠다.

-좋아하는 채와 거리는.

▶8번 아이언, 거리 130-135미터.

-대상, 상금포인트 둘 중에 욕심 나는 것 있다면.

▶대상 포인트에 조금 더 욕심이 나긴 한다. 꾸준하게 쳐서 톱텐에 많이 들어야 하는 기록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