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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윤덕여 감독"남녀 동반金 기회...마지막이라는 절실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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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팀하고 붙는다고 우리 것을 안하면 어떡해. 수비 간격 더 좁히고! 세컨드볼 적극적으로 노리고…, 여자라고 절대 지면 안돼!"

10일 수은주가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의 파주NFC,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숨이 턱턱 막혀오는 그라운드에서 '순둥이' 윤덕여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평택 청담고 축구부 남학생들로 이뤄진 은혜 U-18 FC와 1쿼터 30분 연습경기를 치른 직후다. 이민아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상황, 윤 감독은 경기내용에 불만을 표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머리에 얼음을 얹은 선수들을 향해 강하게 채근했다. 2쿼터, 선수들의 발놀림이 빨라졌다. 손화연과 전가을의 연속골이 터졌다.

경기 후 윤 감독은 말했다. "아시안게임은 체력전이다. 팔렘방 조별예선에서 낮 3시 경기가 2번이다. 분명 이런 날씨일 것이다. 공격 때 미드필더-수비라인 간격을 줄여야 한다. 머리로 알고는 있는데 더워서 몸이 힘들다보니 잘 안됐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2012년 12월 선임 이후 6년째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윤 감독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절실한 아시안게임이다. 2009년 베오그라드유니버시아드 금메달 이후 여자대표팀을 굳건히 지켜온 1988년생 조소현 전가을, 1989년생 심서연,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3위' 1990년생 지소연, 김혜리, 임선주 등이 함께 뛰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일지 모른다. 이들은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서 잇달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색을 바꾸기로 결의했다. 전가을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지소연은 "우리가 함께 하는 동안 꼭 한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며 절실함을 표했다.

한국은 16일 오후 5시(한국시각) 대만과의 조별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19일 오후 5시 30분 몰디브, 21일 오후 8시 30분 인도네시아와 잇달아 격돌한다. 한수 아래 팀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윤 감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8강에서 대만에게 1골차로 어렵게 이긴 기억이 있다.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운 후 전체적인 로테이션을 통해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이 예상하는 실질적인 승부처는 4강 이후다. 윤 감독은 "준결승 상대는 일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윤덕여호는 그동안 종합대회, 월드컵 조별예선, 요르단 아시안컵 등에서 늘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모처럼 '꿀조'에 편성됐다는 말에 윤 감독이 미소지었다.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승부처는 한일전이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결코 자만하지는 않지만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했다. "한일전은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 무더운 날씨에 팬들에게 시원한 승리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

지난 4월10일 요르단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일본과 대등한 경기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세대교체를 감행한 일본에 비해 윤덕여호 베테랑 에이스들은 노련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윤 감독은 "일본이 7월 미국에서 열린 4개국 대회에서 미국(2대4패) 브라질(1대2패) 호주(0대2패)를 상대로 3연패했다. 4월 요르단아시안컵 멤버 그대로 나온다"고 귀띔했다. "팔렘방 현장에선 체력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4강전도 체력전이 될 것이다. 더운 날씨에 제일 중요한 것은 체력, 정신력이다. 알면서도 못 따라간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사상 첫 남녀축구 금메달의 꿈은 가능할까. 파주NFC 소집훈련에서 김학범호와 윤덕여호의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선수단 단체촬영도 남녀선수단이 함께 했다. 포지션별로 컨셉트를 정해 졸업사진처럼 훈훈한 샷을 연출했다. 황희찬, 김민재, 이승우 등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심서연, 김혜리, 임선주 등 누나들에게 서슴없이 장난을 치는 모습은 유쾌했다. 윤 감독은 남녀 동반 금메달 목표에 대해 "남자대표팀은 '디펜딩챔피언'으로 2연패를 준비중이다. 우리도 그동안 동메달만 땄기 때문에 정말 절실하다. 동반 금메달 예가 없지 않았나.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의 갈망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 '마지막'이라는 우리 선수들의 절실함이 경기장에서 좋은 결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힘든 벽을 한번 넘기가 어렵지 한번 넘게 된다면 계속 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로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희망을 노래했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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