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이번만큼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이 6일 뒤부터 본격 소집 훈련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4일간 훈련한 뒤에 23일에 자카르타로 떠나 26일 대만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나왔다. 첫 대결이 이제 2주도 남지 않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표팀은 마지막 엔트리 교체를 검토 중이다.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일단 많이 발생한데다 성적이 극도로 부진한 선수도 몇 명 있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을 필두로 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번 주말까지 고민한 뒤에 다음 주 초쯤 엔트리 일부를 변경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인원수는 나오지 않았으나, 2~3명 수준에서 변경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팬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표팀 엔트리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매번 나왔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르다. 전에 없이 비판적이고 감정적인 반응들이 많다. 특히 일부 선수가 국가대표를 병역 특례의 기회로 이용하려고 했고,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이를 수용해준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번 엔트리 조정은 악화된 여론을 조금은 가라앉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교체되는 선수와 그 대안으로 뽑은 선수에 대해서는 교체 이유와 발탁의 이유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번 최종 엔트리 때처럼 일방적이고 불명확한 설명이 나오면 여론은 또 악화될 뿐이다.
당시 가장 비합리적이었던 설명 중 하나가 바로 '백업 유격수' 오지환의 발탁 이유였다. 내야수가 총 6명이었는데, 박병호(1루)-안치홍(2루)-김하성(유격수)-최 정(3루)로 베스트가 구성돼 있었고, 박민우(NC)와 오지환(LG)가 백업이었다. 문제는 이 엔트리 구성으로는 주 포지션의 선수가 다치거나 경기 후반 작전으로 라인업 변경이 이뤄져야 할 때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백업 내야수가 멀티포지션 소화를 못하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유격수 밖에 볼 수 없는 선수다.
여기에 대한 선 감독의 설명은 매우 비합리적이었고, 궁색했다. 당시 선 감독은 오지환을 뽑은 이유를 묻자 "지금 (예비엔트리에서) 멀티 포지션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가 마땅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럴 바에는 한 포지션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를 뽑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지환을 '김하성 백업'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당시 예비엔트리에 있던 프로 내야수는 30명이었다. 수비에 일가견이 있으며 소속팀에서 멀티 포지션을 '매우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선수도 적지 않았다. 선 감독의 당시 설명은 어떻게든 오지환을 대표팀에 넣은 걸 포장하기 위한 말이었다.
특히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래 한국 야구대표팀의 '백업 내야수' 제1요건은 수비고, 그걸 담보하는 능력은 멀티 포지션 소화력이었다. 과거 김인식(2006, 2009WBC)-김경문(2008베이징올림픽)-조범현(2010광저우아시안게임)-류중일(2014인천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감독들이 엔트리를 구성할 때면 이런 원칙을 빠짐 없이 언급했었다. 이런 원칙이 갑자기 사라진 건 너무나 비합리적이다.
결국 이번 엔트리 재조정은 넓은 의미에서는 비합리를 조금이나마 합리로 돌리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누가 대상이 될 지는 발표이전까지 베일에 쌓여있다. 그러나 발표가 된 이후 여론이 답할 것이다. 선 감독과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제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했는지, 아닌지. 대표팀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