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이 조용한 반란으로 LG 트윈스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후반기 들어 힘이 뚝 떨어진 LG. 8연패 등 최근 10경기 1승9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이 선수의 활약이 LG 야구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유일한 위안거리다. 올시즌 중심타자로 완벽하게 거듭난 채은성이다.
채은성의 야구는 화려하지 않다. 바로 앞에 리그 최고의 타자 김현수가 있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김현수와 비교하면 큰 임팩트가 없었다. 그래서 특별히 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준 결과물이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다.
채은성은 11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허벅지 불편함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타점 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타점 생산이 무섭다. 6경기에서 무려 10개의 타점을 쓸어담았다. LG가 8연패를 끊던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혼자 3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즌 109경기 타율 3할4푼2리 20홈런 94타점. 기록만 놓고 보면 골든글러브 수상자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은성의 94타점 기록은 김현수의 95타점 기록에 이어 팀 내 2위다. 리그 전체로 보면 다린 러프(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공동 4위에 이름이 올라있으나 사실상 2등이다. 김현수 포함 95타점을 기록중인 김재환(두산 베어스) 제라드 호잉(한화 이글스) 3명의 선수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채은성이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타점왕 도전도 꿈은 아니다. 팀 내 경쟁을 놓고 볼 때, 실력이나 경험 면에서는 김현수가 한 수 앞선다고 할 수 있으나 상대가 김현수를 극도로 견제하기 때문에 거기서 파생되는 타점 찬스가 채은성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건 큰 이점이다.
일단 김현수와 함께 LG 구단 역사를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다. LG는 2010년 조인성(현 두산 베어스 코치)이 기록한 107타점이 구단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이다. LG는 시즌 종료까지 34경기를 남겨놓고 있고,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를 통해 선수들이 체력 충전을 할 수 있기에 신기록까지 남은 14타점은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인다. 그동안 LG 선수로 한 시즌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딱 4명 뿐이었다. 조인성 포함 찰스 스미스(2000년, 100타점) 로페르토 페타지니(2009년, 100타점) 루이스 히메네스(2016년, 102타점) 뿐이다. 외야수로는 이병규(현 LG 코치)가 99타점 기록을 2번 세웠었다. LG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이 코치도 세우지 못한 100타점 기록을 채은성이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아무리 개인 성적이 좋아도 팀 성적이 뒷받침돼야 가치가 생기는 게 야구이지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채은성이 노력의 결실을 맺는 모습에는 충분히 박수를 보낼만 하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2016 시즌 타율 3할1푼3리 8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추락을 했던 채은성인데,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