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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가이드-피서와 후유증]'피서'보다 중요한 '복귀'를 위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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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느 새 가을의 문턱인 '입추'를 지났지만 아직도 한낮엔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기승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여름휴가는 대체로 7월말부터 8월초에 집중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휴가를 다녀온 시기이지만, 끝날 줄 모르는 폭염으로 심신은 계속 지쳐간다. 더욱이 1주일 정도 짧은 기간에 빡빡한 일정으로 다녀온 바캉스의 여독으로 일상 복귀에 더 힘겨워한다. 떠나는 것보다 돌아와서 후유증 없이 빠르게 현실에 복귀하는 것이 휴가의 해피엔딩을 결정한다. 휴가에서 돌아와 겪게 되는 '휴가후유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팁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아울러 아직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또,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라면, 본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정할 수 있는 팁도 소개한다. 휴가는 잘 다녀오면 '추억'이 되지만,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면 '악몽'이 될 수밖에 없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한국인은 바캉스도 전투다. 출발 전날 저녁, 심지어는 당일 일찍 부랴부랴 짐을 싼다. 휴가지에서는 평소보다 일찍 하루 일정을 시작하고, 일정 중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며 밤늦게까지 강행군한다. 출근하기 전날에야 집으로 돌아와서 다음날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 대부분의 한국식 휴가 풍속도다.

이렇게 '단기간 정신 없이 달리는' 역설적인 휴가를 보내다가 황급히 출퇴근 일상으로 돌아오면 흐트러진 생활패턴과 소진된 체력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리듬부터 되찾아라

이 때문에 휴가를 다녀온 후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 "밤잠을 설친다", "구강점막과 입술 주위가 헌다", "배가 살살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휴가후유증'의 증상인데, 대개 생체리듬이 교란돼서 발생한다.

피서지에서 밤새도록 놀다가 날이 새고 나서 늦잠을 자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든지, 해외 여행지에서 생긴 시차 탓에 생체리듬이 혼란에 빠져서 호르몬 체계나 수면 주기 등이 삐거덕거리는 것이다.

밤에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부족해져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또 낮에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일을 할 때 피곤하고 무기력하게 된다. 면역기능도 떨어져 평소 체내에 잠재해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활성화해 입술주위에 물집이 맺히는 구순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민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혼란에 빠졌던 생체리듬은 자연히 좋아지지만, 세 가지 방법을 쓰면 보다 빨리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수면리듬의 회복을 위해 취침이나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다. 피서 후 적어도 3~4일간은 자명종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신체리듬이 빨리 회복된다.

둘째,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고, 시판중인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이 침체된 신진대사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셋째, 휴가가 끝나기 최소 이틀 전에 집에 돌아와서 휴가를 정리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휴가 후 질병 부른다

휴가후유증이 심각해지면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휴가 이후에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무리한 스케줄과 심각한 교통체증, 인파 등에 시달리는 바캉스가 오히려 피로와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신체저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휴가를 다녀와서 겪는 가장 흔한 질환은 급성복통,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장염'이다. 급성장염은 물을 갈아먹어서 생기는 여행자 설사에서부터 바이러스성 장염, 세균성 장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장내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경우는 설사가 멎을 때까지 우유 등 유제품을 피하고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공급해주면 며칠 안에 저절로 낫는다. 단, 소변 양이 줄어들 정도로 탈수가 심하거나 설사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나온다면 내과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세균성 설사일 때 의사의 진료 없이 설사만 멈추게 하는 지사제만 임의로 사 먹는다면 자칫 증상이 더 악화되고 길어질 수도 있다.

음식을 끓이면 세균은 죽지만 세균이 번식하는 동안 만들어낸 독소에 의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끓이면 다 괜찮다"는 잘못된 상식은 잊어야 한다.

유행성 눈병도 휴가기간 달고 오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세균성 결막염'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눈병도 있으므로 눈병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안과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많이 생기는 귓병은 대부분 세균 감염으로 인한 '외이도염'이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귀 안이 붓고 진물이 흐르는 것이다. 이 경우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약도 복용해야 하므로 역시 이비인후과 방문이 필요하다.

휴가지에서 '건강한 멋짐'을 위해 하는 일광욕도 지나치면 피부가 붓고 따가우며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긴다. 이는 태양광 속 자외선에 의해 피부가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찬 물수건이나 얼음 또는 차가운 우유로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찬물을 거즈 등에 묻혀 화끈거리는 부위에 3분 정도 올려놓아 화기를 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피부 껍질이 일어날 때는 일부러 벗기지 말고 자연스레 벗겨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자주 씻거나 과도한 마사지를 하게 되면 오히려 피부에 좋지 않다.

최민규 교수는 "일광화상으로 통증이 심하다면 약국에서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등 일반 진통제를 사서 먹으면 도움이 된다"며 "만일 증상이 심하면 의사를 찾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를 다녀온 뒤 기미나 주근깨 같은 피부병이 생기거나 이미 있던 기미나 주근깨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탈색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부족해진 피부를 위해 하루 7~8잔의 물을 꾸준히 마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어야 일상에 복귀한 뒤에도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정신 건강을 챙기자

휴가후유증은 몸 뿐 아니라 마음에도 온다. 평상시 업무로 복귀하기 싫은 짜증과 회의감에서 오는 부적응이다. 직장인의 경우, 휴가가 끝나갈 무렵부터 벌써 출근에 대한 불안이 생기기 시작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휴가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휴가를 떠나기 전 중요한 일들은 미리미리 처리해서 휴가 직후의 업무량을 줄여 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휴가 마지막 날 하루는 외출하지 말고 집에서 쉬면서 소진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직장 복귀 후 일주일간 해야 할 일과 이뤄야 할 목표를 점검해 계획을 세우고, 한 해의 후반기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다시금 점검하고 정리하는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될 수 있는 한 휴가 마지막 날은 집에서 보낼 것을 권한다. 아울러 잠은 평소보다 일찍 자는 것이 좋다.

박진호 교수는 "출근 후 피로가 심하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20분 내외의 짧은 낮잠을 자도록 하고, 며칠간은 저녁에 다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며 "기상 시간만은 평소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빠르게 후유증을 털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몸에 맞는 피서지 선택법>

피서 절정기 이후에 휴가를 늦게 떠나는 사람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휴가지를 선택할 폭이 넓어진다. 건강 상태에 따라 최적의 휴가지를 고르면 한층 더 여유 있고 건강까지 챙기는 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

- 무릎 통증엔 해변으로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바닷가를 휴가지로 추천한다. 8월 이후에도 여전히 여름 날씨인 동남아 해변으로 날아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바닷가는 관절이 좋아하는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우선 바닷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신진대사가 촉진되고, 물의 부력으로 지상보다 관절에 부담이 적어 비교적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뜨겁게 햇볕이 내리쬐는 백사장에서의 모래찜질도 관절염 환자에게는 이득이다. 모래 열기와 무게가 온찜질 역할을 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근육과 관절을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반면, 물놀이를 즐기고 싶더라도 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목과 허리 건강이 좋지 않다면 워터파크에서의 휴가는 고려해 봐야 한다.

워터파크에서는 엄청난 물의 양에 휩쓸리는 파도타기나 인공 폭포를 맞는 재미가 큰데, 이럴 경우 순간적으로 목이나 허리가 과도한 무게와 압력을 받게 된다. 물놀이로 인한 피로가 누적될 시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심해지거나 재발할 수 있다.

평소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 등으로 인해 어깨가 굳어져 있는 사람도 계곡에서의 수상레저를 주의해야 한다. 래프팅 등을 하다 보면 어깨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전해지게 되는데, 이럴 경우 근육통이 발생하거나 심한 경우 힘줄 파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 초기 골다공증엔 산과 들

녹음이 우거진 산과 들도 인기 여름휴가지이다. 특히, 걷기 운동을 좋아하는 중장년층은 휴가 인파가 빠져나가 한적해진 산과 들이 최고의 휴가지로 꼽힌다.

'초기 골다공증' 환자는 경사도가 심하지 않으면서, 가볍게 걷기 운동 및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산이나 들이 휴가지로 적격이다. 걸을 경우 우리 몸은 체중으로 인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뼈와 근육이 튼튼해지고, 조골세포가 자극을 받으며 활성화될 수 있다.

가볍게 걸으면서 뼈에 필요한 비타민 D가 합성될 수 있도록 하는 햇볕도 쬘 수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로 기분이 상쾌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광원 강북힘찬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골다공증 환자는 관절이 체중부하를 받는 지상운동이 수중운동보다 좋다"며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수 있는 심각한 골다공증 환자를 제외하면 뼈가 약한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걷기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광원 교수는 이어 "단, 증상이 심각한 환자의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여행계획 전 미리 병원을 찾아 골밀도검사 등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무릎이나 발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가파른 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 등산을 하다가 발목이 삐었을 경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한번 삐었던 발목은 재발할 우려가 높다.

한번 삔 발목은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끼리 자꾸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발목을 삐었으나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았던 사람은 발목이 이미 약해져 있는 상태일 수 있으므로, 무리한 등산은 피해야 한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도 산은 휴가지로 적절하지 않다. 관절염이 진행된 상태에서 기압이 낮고 경사가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면 무릎이 반복적으로 굽혔다 폈다 하면서 관절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척추관협착증, 자전거 여행 추천

휴가지에서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는 것 또한 여름여행의 별미다.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 중이라면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완화되고, 걸을수록 허리, 엉덩이, 다리에 통증이 발생한다. 또, 등을 펴고 서기만 해도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 나타난다.

자전거를 탈 때에는 허리를 구부려 앉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 통증이 완화된다. 자전거는 다리 통증으로 오래 걷지 못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허리근육을 강화하고 어깨, 팔, 다리 등의 전신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균형을 잡기에 어려움을 느껴 부상 위험이 걱정된다면, 삼륜자전거나 보조바퀴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너무 울퉁불퉁하고 험한 길은 피하고 가급적 자전거 전용도로 등 평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환자들은 척추뼈 사이 추간판(디스크)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므로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자전거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

허리를 구부렸을 때 통증이 느껴지면 자전거는 타지 않도록 하고, 만약 자전거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쪽 페달이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때 다리가 거의 펴진 상태에서 무릎이 약간 굽어지도록 안장 높이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리와 등을 앞으로 약 20~30도 정도 가볍게 굽히고 타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