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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D-10]'울보' 손흥민, 이번에는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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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들의 축제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18일 부터 다음달 2일까지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아시아 45개국 1만1300여 명의 선수들이 40개 종목 465개의 금메달을 놓고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친다. '금메달 65개 이상 6회 대회 연속 종합순위 2위'가 목표인 한국은 39개 종목에 1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메달색 보다 땀의 가치를 더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금메달을 향한 국민적 염원은 뜨겁다.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 축구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여부다. '슈퍼 히어로' 손흥민이 있어 더욱 뜨거운 관심 종목.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병역 특례 여부가 걸려 있는 중요한 대회다. 과연 손흥민은 금메달을 입에 물고 환호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손샤인' 손흥민(26·토트넘)에게 메이저대회는 '눈물'이었다.

시작은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이었다. 18세 최연소로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일본과의 4강전에서 패한 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2014년 브라질에서 생애 첫 월드컵을 경험한 손흥민은 16강 좌절 뒤 눈물을 훔쳤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은 뒤,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의 아픔은 컸다. 8강에서 만난 온두라스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도 패했다. 결정적 찬스를 여러번 놓친 손흥민은 아예 그라운드에 누워 통곡 했다. 절치부심 나선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또 다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또 한번 울었다. 중요한 길목마다 번번이 눈물을 흘린 그에게 '울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더이상의 아픔은 없다. 손흥민이 여섯번째 메이저대회에 도전한다.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손흥민에게 이번 대회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1992년 7월생인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16세 때 일찍 독일로 축구 유학을 간 그의 최종 학력은 중졸(고교 중퇴)이다. 4급 보충역에 해당돼 만 27세가 되는 2019년 7월까지 입대해야 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도 남아 있지만, 이때까지 입대를 연기할 경우 상무나 경찰청 입단길이 원천봉쇄된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정상급 윙어로 성장한 손흥민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향후 커리어를 결정지을 운명의 무대다.

손흥민의 기량은 설명이 필요없다. 물이 올랐다. 스피드와 슈팅력은 더욱 좋아졌다. 약점으로 지적받은 연계력과 터치 역시 매년 좋아지고 있다. 토트넘도 손흥민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 2023년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서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을 막을 적수가 없다. 월드컵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인 손흥민이다. 동료들도 출중하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함께한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를 비롯해 '또 다른 와일드카드'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정민(리퍼링) 황인범(아산) 등이 손흥민을 지원한다. 김은중 코치의 말대로 공격 자원은 역대 아시안게임 멤버 중 최고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을 축으로 한 공격적인 스리백을 앞세워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가장 큰 적은 '변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 어느때보다도 변수가 많다. 일정부터 그렇다. 벌써 조추첨만 3번을 했다. 당초 한국은 바레인,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E조에 속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 팔레스타인이 조추첨에서 누락되며 재조추첨이 진행됐고, UAE가 한국의 조에 포함됐다. 조별리그를 한 경기 더 치르고, 일정도 앞당겨지게 됐다. 평가전 일정도 취소하고, 현지 입성 일정도 앞당겼다. 하지만 이라크가 불참을 선언하며 3번째 조추첨이 열렸고, 결국 원안대로 한국은 바레인,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다. 한경기를 덜치르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입국 스케줄이 또 한번 변경되는 홍역을 치렀다.

최근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보다는 덜 하지만, 덥고 습한 날씨는 예상대로다. 경기장 안팎의 시설도 형편이 없다. 동남아의 악명높은 떡잔디는 그대로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도 좋지 못하다. '동네 운동회만도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막상 본 대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결승까지 감안해 스케줄을 짜는 강팀일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변이 많은 아시안게임이다.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상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믿을 구석은 역시 손흥민의 득점포다. 손흥민의 의지도 남다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위해 강행군도 감수하고 있다.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후 한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영국으로 건너간 손흥민은 미국에서 프리시즌을 치렀다.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11일 뉴캐슬과의 2018~2019시즌 EPL 개막전을 치른 후 13일 인도네시아로 간다. 월드컵 독일전(러시아 카잔)을 기점으로 계산하면 손흥민은 지구 1바퀴가 넘는 약 4만7600㎞를 이동하는 셈이다. 그토록 손흥민에게 이번 금메달은 중요하다. 손흥민이 과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만큼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