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사권을 만났다.
CF스타로 먼저 얼굴을 알렸던 김사권은 지난 2012년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훈남 인턴으로 출연하며 배우로도 출발을 알렸다. 특히 잘생긴 외모와 큰 키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훈남 배우'로 인식됐고 다수 작품을 통해 훈훈한 배역을 맡으며 열연했다. 2014년에는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 출연했고, tvN '구여친클럽'(2015), KBS2 '프로듀사'(2015), 그리고 tvN '풍선껌'(2015)에서 동생 바보 오빠 역으로 활약하며 훈남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세 개의 작품에 출연하며 열연했던 바 있다. KBS2 '황금빛 내 인생'(2017)과 tvN '부암동 복수자들'(2017), SBS '기름진 멜로'(2018)까지 쉼 없이 달렸다.
특히 '기름진 멜로'는 김사권에게 '연기인생 첫 악역'을 선사한 작품. 김사권은 '기름진 멜로'에서 자이언트호텔의 사장 용승룡 역을 맡아 성공가도를 걷던 요리서 서풍(이준호)의 인생을 추락시키며 원성을 들었다. 특히 서풍의 약혼자이던 석달희(차주영)을 유혹했고 여기에 서풍에게 '갑질'까지 퍼부으며 악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악역'이었던 용승룡은 결국 두칠성(장혁)과 갈등하기도 했고, 결국 체포되여 구속되는 결말을 맞으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사권은 '기름진 멜로'를 마치며 "얻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악역에도 도전해봤고, 좋은 선배들과의 열연도 펼쳤다. 여기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었다. 김사권은 "개인적으로는 이미지 변신도 있었고, 인지도도 높일 수 있었다. 좋은 기회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았고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여러모로 좋은 기억과 얻은 것만 있더라. 이번엔 정말 새로운 것을 많이 했던 작품인 거 같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보기도 했다. 많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헝그리웍' 사람들과 다함께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경험과 친분을 쌓은 것 같다"고 밝혔다.
'기름진 멜로'를 통해 김사권은 악역에 처음 도전했다. 이에 대해 김사권은 "매번 착하고 올바른 역할만 하다가 이번에는 나쁘고 못된 역할을 처음 해봤다. 결과적으로 벌을 받으면서 송치복도 처음 입어볼 수 있었는데 이상하면서도 재밌더라. 그래서 처음엔 사진도 찍고 장난도 쳤는데 슛에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했다. 죄를 짓고 살면 안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포토라인에 설 때 느끼는 기분을 '기름진 멜로'에서 대신 느껴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글픈 기억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악역을 맡았던 것이 김사권에게는 플러스가 됐다. 그동안 보여줬던 느낌을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던 상황이었으니. 김사권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인물들을 연기를 해왔고, 그런 이미지가 저한테 있다는 것을 인식하던 중에 아무래도 반대 이미지의 연기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하고 싶다고 모두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 감독님이 때마침 제안을 해주셨고, 저도 너무 감사한 마음에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기대감을 부수겠다'는 생각보다는 저라는 사람이 다른 이미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김사권한테 저런 면도 있어?'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 덕분인지 김사권은 시청자들에게 '욕'을 배불리 먹었다. 연기를 못해서 먹는 '욕'이 아니라 연기를 너무 잘해서 생긴 시선들이었다. 김사권은 "저랑 일면식이 없는 분들이다 보니 드라마 속 모습만 보고 욕을 해주시더라. 주변인들은 농담으로 '나쁜놈' 하시지만, 드라마를 보시는 시청자 분들은 댓글 속에서 '나쁜놈'부터 시작해서 '저 놈은 감옥에 가야 한다', '우리 풍이 괴롭히지 마', '우리 칠성님 건들지 마' 등 다양했다. 그리고 제가 맞는 장면이 나오면 그렇게들 사이다라고 하시더라. 맞는 장면을 보시면서 '잘됐다', '고소하다'고 하시는 반응들이 특히 많았다"고 밝혔다.
김사권은 평소 댓글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에 들어갈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편이란다. 그중 기억에 남는 댓글로는 '이 형 뜰 거 같은데 왜 안 뜨지'가 있었다고. 김사권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뜰 거 같은데 안 뜬다거나 이 정도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도 있었다. 그런 부분도 다 반가웠고 고맙더라. 그런데 이제는 '제 마음도 그렇다'고 댓글을 달아드리고 싶었다. 이번에는 '황금빛 내 인생'에서부터 '부암동 복수자들', 그리고'기름진 멜로'까지 오면서 많이 노출이 됐고 시청자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고 다음 작품을 기대해주시는 거 같은데 저도 '왜 안 뜨냐'는 말에 동의하고 앞으로 더 큰 역할도 욕심이 난다. 그치만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부터가 감사한 일 같더라.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물론, 무조건적이고 심한 악플 보다는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시는 그런 악풀이 감사하고 좋다"고 말했다.
악역에 대한 매력도 충분히 느꼈고, 김사권은 앞으로 다른 배역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란다. 김사권은 "악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악역이 사실 감정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악역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악역만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만약 좋은 역할이 있다면 역할의 비중에 상관 없이 다 해보고 싶다. 스포츠 관련 작품의 운동선수 역할도 해보고 싶고, 제가 요즘 승마에 빠졌기 때문에 승마 관련 역할도 해보고 싶다. 배워두면 사극에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리고 편견을 깨는 연기를 하고 싶다. 흔하고 뻔한 제 모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김사권은 연기를 '평생' 직업이라 생각한다고. 늦은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인지 김사권은 연기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저는 마음이 급하지 않은데 주변에서 좀 급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너무 여유있나, 너무 천천히 생각하나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급했던 이유가 내가 나이도 있고, 빨리빨리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거 같다. 몇 살에 얼마를 받고, 무슨 역할을 하고를 생각하기 보다는 쉬지않고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급하지 않다. 모든 작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등장하지 않나. 후에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할아버지 연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힘 닿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름진멜로'는 지난 17일 38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중국집 주방을 배경으로 설레는 사랑과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그렸으며 모두의 사랑이 이뤄지고 꿈도 이루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로맨스와 브로맨스를 넘나들던 '기름진멜로'에서 김사권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용승룡으로 열연을 펼쳤고 이에 힘입어 자체 최고 시청률인 9.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8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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