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선발 2루수는 최원준(22)입니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5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최원준의 2루수 선발 출전 소식을 전했다. 최원준은 올 시즌 KIA의 진정한 '멀티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존 포지션인 내야는 물론이고, 외야까지 넘나들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 중이다. 원래 타격 능력만큼은 타고났으나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최원준은 상황에 따른 변화로 스스로 발전시키고 있다.
주전 2루수인 안치홍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김기태 감독은 최원준을 택했다. 최원준에게 2루는 낯선 포지션이 아니다. 자주 출전했다. 하지만 선발 2루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유독 2루를 향하는 타구가 많았다. 4회초 두산의 아웃카운트 3개는 모두 2루수 방면 땅볼이었다. 최원준은 수비에서 실수 없이 자신의 임무를 모두 다 해냈다. 7회초에는 실점 이후 이어진 1사 1,2루 추가 위기에서 3루수 이범호와 함께 병살타 합작에 성공하기도 했다.
공격에서는 경기 중반까지 잠잠했다. 3회말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에 그친 최원준은 5회 두번째 타석에서 2사 3루 기회를 맞았으나 낫아웃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7회말 다시 한번 찬스가 왔다. KIA는 0-2로 뒤지다 4회와 6회 1점씩을 추가해 어렵게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7회초 김윤동이 1실점 하면서 다시 2-3으로 KIA가 뒤져있었다. 1점이 절실한 상황. 7회말 1사에 8번타자 김민식이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다음 타자는 최원준이었다.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고있던 두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을 다시 만난 최원준은 주저 없이 초구를 휘둘렀다. 린드블럼의 129㎞ 체인지업을 공략했고, 타이밍이 정확히 맞았다. 쭉 뻗은 타구는 챔피언스필드의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 역전 투런 홈런이 됐다. 최원준의 올 시즌 3호 홈런이자 지난 6월 24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오랜만에 맛본 손맛이다. 린드블럼의 호투에 가로막혀있던 KIA의 분위기가 최원준의 홈런 이후 단숨에 뒤집어졌다. 이날 경기 첫 역전에 성공한 KIA는 곧이어 터진 이명기의 솔로 홈런으로 2점 차 리드를 끌어왔고, 6대3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프로 3년차인 최원준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 경험치를 쌓고있다. 아직 완전한 주전 멤버라 평가하기는 이를지 몰라도,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집중력과 잠재력은 분명히 가지고있는 선수다. 이날 그가 때려낸 역전 결승 홈런은 한뼘 더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과 같다.
광주=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