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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해진 넥센의 외인타자 정책, 두산을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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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력과 출루율을 겸비한 외국인 타자는 팀 성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한화가 눈부신 상승세를 탈 수 있던 결정적 원동력은 바로 호잉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호잉만큼 뛰어난 타자가 흔한 건 아니다. 그래서 어떤 팀들은 외국인 타자의 부진으로 시즌 내내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반면 외국인 타자가 부진하든 말든 별 상관없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팀이 있다. 리그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대표적이다. 지미 파레디스가 시즌 초반부터 부진하자 두산 김태형 감독은 그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다. 차라리 파레디스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에 국내 선수들을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파레디스를 퇴출하고 새로 데려온 스캇 반슬라이크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적응할 시간은 충분히 주되,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듯 하다. 반슬라이크는 지금 2군에서 적응 중이다.

넥센 히어로즈도 최근 들어 외국인 타자에 대한 기조가 냉정하고 엄격한 두산의 방식과 닮아가고 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는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에게 주로 맞춰주는 편이었다. 최대한 초이스가 편한 상태에서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타순을 조정해줬고, 훈련 스케줄도 초이스의 편의에 맞춰줬다. 타격 기술에 대한 코칭도 초이스가 원하는 수준에서만 진행했다. 자존심이 강하고 예민한 초이스를 편하게 해주는 게 최고의 기량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라고 여긴 듯 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에도 불구하고 초이스의 기량이 향상되지 않자 장 감독은 기조를 바꿨다. 엄격해지고, 단호해졌다. 초이스를 벤치에서 쉬게하는 날이 점점 늘어난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실력이 안되면 쓰지 않겠다'이다. 마치 김태형 감독이 파레디스에 대해 보여줬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 방법이 효과를 보고 있다. 초이스가 라인업에 없더라도 별다른 전력 손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종욱 임병욱 김규민 등 젊고 재능 넘치는 외야 자원들의 활용폭이 커지면서 이들의 기량도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파워 면에서는 초이스를 이기지 못하지만 스피드와 수비, 그리고 다양한 작전 소화 능력 등으로 파워의 부족을 메울 수 있다. 무엇보다 초이스 한 명이 빠지면서 이들 세 명을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결국 폭넓은 국내 선수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외국인 타자 의존도를 줄이며 선두를 질주했던 두산처럼 넥센도 이제서야 초이스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고 원래 갖고 있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 하다. 초이스가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토종 외야자원들에게 돌아가는 기회는 많아질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