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KBO리그는 폭염과 맞서 싸우는 중이다. 지금까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억되는 1994년보다 더 뜨겁다. 서울은 7월 31일 섭씨 39도를 넘었고,, 강원도 홍천은 기상 관측 사상 최초로 40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무더위가 보름 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O리그 10개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중인 9개 구장 중 넥센 히어로즈의 고척 스카이돔을 제외한 8개 야구장이 개방형이다. 날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프로야구 현장에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중에 어지럼증, 탈수 증세를 호소하는 선수가 나온다. 팀별로 훈련 시간을 줄이는 등 체력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그라운드에 있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폭염 취소 규정(6∼9월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면 폭염 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 경보. 해당 경기 위원이 협의 후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결정)이 있지만,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된 사례는 없다. 최근 프로야구선수협회가 KBO에 폭염 취소와 경기 시작 시간 지연을 요청했는데, 입장권 판매나 TV 중계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고민만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팀당)경기수가 많고, 날씨가 극단적으로 너무 덥지 않나. 돔구장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돔구장이 날씨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7개 팀이 돔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 7개 중 6개는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식이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만 고척 스카이돔과 같은 고정형 천장이다. 탬파베이는 최근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신구장 건축 계획을 발표했는데, 유리 지붕의 폐쇄형 돔구장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12개 팀 중 절반인 6개 팀이 돔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안방 세이부돔은 기존 개방형 구장에 기둥을 추가해 지붕을 씌운 형태다.
여러가지 날씨 요인이 리그 운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름에는 장마로 인해 우천 순연 경기가 속출하고,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이어진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 10월 초중순부터 추워지기 시작해, 한국시리즈 때는 관중들이 겨울 패딩을 입어야 관전이 가능하다. 올 봄에는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 선수들과 관중들의 건강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현장에선 돔구장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여러 개의 돔구장을 지을 수는 없다. 돔구장 건설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이다. 서울시는 고척 스카이돔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약 997억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약 1666억원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돔구장과 일반 구장의 비용 차가 크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돔구장을 고민해봐야 한다. 돔구장은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관중들에게 쾌적한 환경에서의 경기 관전을 보장할 수 있다. 또 축제, 콘서트, 단체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고척 스카이돔은 프로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유명 아이돌 가수나 해외 스타들의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돔구장 신축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거용 공약에 등장하곤 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은 1985년 개장해 시설이 낙후돼 있다. 새 구장 얘기가 나왔지만, 아직도 논의 단계에 있다. 지난 4월 서병수 전 시장이 개폐형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해 백지화됐다. 사직구장보다 더 시급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경우,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달 신구장 건축 계획을 밝혔다.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잠실구장은 서울시의 종합운동장 일대 종합 개발 계획과 함께 새 구장 이야기가 나왔는데, 돔구장 형태는 아니었다.
이제 새 구장을 구상한다면, 돔구장을 적극 고려해야할 것 같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