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쯤되면 방송가의 '미다스 손'이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를 이끈 박준화PD의 이야기다. '김비서'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의 퇴사밀당 로맨스를 담은 작품으로, 시청률 10%에 육박하는 기록을 내며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비서' 이전에도 박준화PD는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 '싸우자 귀신아',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 손대는 족족 작품의 성공을 이끌어왔다.
─ 박서준 박민영은 '갓준화'라 하기도 했다. 인정하나
▶ 이상하더라. 재미있게 했다. 친해지니까 잘 해주더라.
─ '김비서'에서 가장 좋았던 신은 뭔가
▶ 뿌듯한 건 솔직히 배드신이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키스신을 정말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좋았던 신 중에 내가 아니라 후배PD가 찍은 신이 있는데 과거 회상에서 넥타이 매주는 신이다.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정말 좋아하는 신이다. 얻어걸린 신이 많다. 놀이공원도 촬영을 하려고 가니까 불꽃놀이를 하고 있고 그랬다. 힘을 준 건 엔딩이다. 드라마를 마무리하는 두 사람의 정서, 어릴 때와 현재의 모습 등에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이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힘 준 신이다. 매신 정말 힘을 줬다. CG팀도 CG를 너무 잘했다. 처음에 캐릭터성 CG를 넣었던 게 영옥이가 삼겹살집 가고 싶다고 하면서 얘기하는 신이 있다. 제주도 흑돼지들이 나오고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초반CG에서 수정을 조금 했는데 흑돼지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이입이 됐다. 그 아이가 불에 구워지는 게 너무 잔인해서 뒤에는 삼겹살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때 너무 재미있어서 서로 CG의 맛을 알게 됐다. 서준이도 손하트를 이영준 캐릭터는 모를 것 같다고 CG를 해달라고 하더라. 그걸 연기로 다 표현하더라. 음란마귀는 CG가 너무 귀엽고 예쁘니까 작가들이 꽂혀서 만들었다. 신이 늘어나다 보니 반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여자 음란마귀로 만들었다. 박나래가 너무 재미있게 잘해줬다. 약간 19금 느낌이 있는데 그걸 못 보여줘서 아쉽다.
─ '김비서'는 서효림 박병은 박나래 정유미 김가연 이수경 등 카메오가 유난히 화려한 작품이기도 했다.
▶ 전화하자마자 달려와줬다. 캐스팅을 정말 갑자기 한 거다. 너무 어릴 때 모습이라 괴리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메오를 해보면 좋지 않겠냐고 프로듀서가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전화했다. 한 시간만에 네 명 캐스팅이 됐다. 즐겁게 했던 드라마들이라 같이 했던 친구들이 흔쾌히 와줬다. 두준이는 내가 너무 많이 불러서 못 불렀다. 미안해서 한텀 쉬었다. 인복이 좀 있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배우 스태프 모두 '김비서'에 딱 맞았다.
─ 그러고 보니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택연, '김비서'에서는 찬성과 함께 했다.
▶ 둘 다 좋다. 찬성이가 캐릭터에 애착이 많다. 한번 더 웃겨보고 싶어서 종방연에 와서 갈아입었다. 촬영할 때도 오고 편집할 때도 왔다. 되게 착하고 귀엽다.
─ 예능국 출신이다. 드라마를 하게된 계기가 뭔가.
▶ 드라마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교양으로 시작했다. tvN 예능국 출신인데 처음에 정원석 감독님이 '막영애'를 기획하셨다. 그때 불려가면서 운 좋게 하게 됐다. 제작환경은 그때는 열악한 느낌이었다. tvN 브랜드가 알려졌을 때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섭외도 어려웠다. 요즘에는 좋은 게 tvN 채널에 출연하길 원하는 분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 제작환경도 좋아졌다. 보통 비 오는 신을 찍을 때 살수차를 부르는데 하루밖에 못 부를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촬영할 때는 물 조리개로 뿌렸다. 지금은 살수차를 알아서 불러준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연출을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일을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계속 했다. 그러니까 성격이 바뀌더라.
─ 시즌제 드라마 전문이다. 특히 '식샤' 시리즈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시 '식샤' 시리즈를 해보고 싶진 않은가.
▶ 재미있었다. '식샤'는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만약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되게 좋아하는 콘텐츠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tvN에서 있으면서 '막영애'를 통해 발굴된 연출이 꽤 있다. '막영애'가 내부 PD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식샤'도 그런 의미 안에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차기작도 로코다. '김비서'에서 맛본 키스신 배드신을 본격적으로 푸는 건가.
▶ 키스신 배드신 잘할 수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