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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40~50대 중장년 건강운동의 완결판 '스포츠 클라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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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한강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밍' 대회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한강 위에 마련된 인공암벽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선수들을 보며 무더위를 날릴 스릴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암벽에서 이뤄지던 클라이밍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건 배우 박하선의 '스포츠 클라이밍 다이어트'와 세계대회 우승자 김자인 선수의 인기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클라이밍이 다음 달 개최되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인도네시아)과 2020년 도쿄올림픽(일본)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국민적인 관심도 더 높아지고 있다. 횔기 넘치는 40~50대의 중년은 물론, 여성과 어린이, 고령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소개한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지난해 5월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 김자인이 123층 높이(555m)의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등반하는 데 성공했다. 김자인 선수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클라이밍 월드컵 25회 우승자로 국내에서 암벽등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1등공신이다.

암벽등반은 프랑스의 산악가이드 가스통 레뷰파가 1940년 교육용으로 각목과 널빤지를 사용한데서 유래했고, 국내에는 1988년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암벽등반은 경사가 급한 산이나 절벽을 오르는 것이지만, 날씨에 관계없이 즐기고 연습하기 위해 인공벽면에 홀더를 부착한 것이 스포츠 클라이밍의 시작이다.



◇여성은 다이어트… 중장년은 근골격 강화

두려움을 떨쳐내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짜릿함과 성취감은 스포츠 클라이밍만의 매력이다. 또,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 체육관 등을 통해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운동할 수 있고, 효과도 뛰어나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칼로리 소모량이 시간당 약 600칼로리로 다이어트의 효과도 있지만, 균형 잡힌 체형을 만들기에 좋은 운동이다. 배우 박하선은 지난 2010년 드라마 '동이'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 지진희의 추천으로 클라이밍을 배우기 시작했고,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몸무게를 10kg이나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바 있다.

인공암벽을 처음 바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어떻게 저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중년의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결과 힘이 없는 여성이나 노약자들도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클라이밍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박지완 강북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클라이밍 같은 전신운동은 나이 들면서 근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관절 주변 근력이 강화되면 근육이 관절을 지탱해 관절 부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줘, 통증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 들면서 나쁜 자세와 생활습관이 축적돼 척추와 골반이 틀어지고, 뼈와 관절을 붙잡고 있는 근육의 힘이 약해져 몸 곳곳의 통증이 나타난다면 클라이밍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인공암벽 위에 매달려 중심을 잡을 때 몸의 중심이 되는 근육인 코어근육에 강한 자극을 주고, 단련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와 CF 속 그 모습을 재현하다

스포츠 클라이밍이란 암벽등반의 기량향상을 위해 인공암벽에서 실시하던 훈련이 스포츠 경기로 발전한 것이다. 경기는 난이도, 속도, 볼더링 등으로 나눠 실시된다.

난이도 경기는 높이 15m, 경사각 90도~180도 내외의 인공암벽에서 난이도를 고려해 설계한 루트를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최고로 도달한 등반높이로 순위를 겨루는 경기다. 흔히 영화나 CF 속에서 아슬아슬한 경사의 암벽 위에서 펼치는 예술적인 곡예모습이 바로 이 난이도 경기다.

볼더링 경기는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4~5m 높이의 인공암벽을 8~10세트를 등반해 해결한 과제수와 등반중 시도한 횟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겨루는 경기다.

속도 경기는 높이 15m, 경사각 95도 의 인공암벽에서 동일한 홀드가 설치된 좌우 양쪽의 루트를 2명이 등반하며, 등반시간으로 순위를 가린다. 김자인 선수가 출전해 이목을 끄는 한강에서 펼쳐지는 대회가 바로 이 경기다.

이처럼 인공암벽은 건물 내부와 외벽 또는 별도의 구조물에 난이도벽 ,속도벽 등을 높이 15m 내외, 폭 4m 이상으로 설치한다. 볼더링벽은 높이 4~5m 내외, 폭은 약 32m(8개 루트 기준)로 설치하며, 인공암벽에는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홀드'를 부착하게 된다.

높이가 낮은 볼더링벽을 제외한 난이도벽과 속도벽은 등반을 위해 암벽화, 안전벨트, 로프 등 최소한의 장비가 필요하다. 때문에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 체육관들은 주로 볼더링벽을 설치한 경우가 많다.



◇여성과 노약자가 더 유리한 운동

클라이밍은 운동 초보자와 노약자, 다이어터에게 안성맞춤이다. 신체 특성과 체력에 맞춰 난이도를 조절해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밍은 시간당 열량 소모량도 높지만 전신 근육을 사용하므로 균형 잡힌 체형을 만들고 어깨 근육 단련에도 좋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클라이밍의 가장 큰 특징을 '재미'라고 말한다. 또, 힘이 센 사람들보다 힘이 없는 여성이나 노약자가 더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상암동 소재 코알라클라이밍센터 임채연 센터장은 "스포츠 클라이밍의 가장 큰 장점은 도전자의 현 체력에 맞춘 난이도 조절은 물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점"이라며 "마치 블록을 맞추듯 손과 발이 이동할 홀더를 탐구하며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운동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지겹고 힘든 운동이 아닌 놀이처럼 즐긴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이어 "힘이 있는 사람들은 기술이나 요령이 아닌 힘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세가 나쁜 경우가 많다"며 "힘이 부족하다고 겁을 내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른 자세로 빠르게 배운다"고 덧붙였다.

임채연 센터장은 코알라클라이밍센터의 최고령 회원은 64세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 클라이밍이 인기를 얻고 주목 받음에 따라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해 조사한 '인공암벽 시설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만 30곳이 넘고, 경기도 등 수도권을 합치면 70곳이 넘는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이 성업 중이다.



◇생활스포츠를 넘어 올림픽 메달을 향해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을 배우는 비용은 월 10~13만원 정도의 회비에 6~10만원 정도의 강습료가 든다. 각 센터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처음 시작하는데 약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막연히 사진이나 화면으로만 보고 배움을 결정하기 어렵다면 1회 강습권을 추천한다. 아직은 낮선 스포츠로서 무서움을 느끼는 초보자들을 위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회 체험권은 30분에서 1시간의 강습을 포함해 2~3만원 정도다.

임채연 센터장은 "낯설음과 두려움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도전하라고 하지 않고 1회 강습권을 우선 권한다"며 "1회 강습권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 스스로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은 진짜 암벽장을 찾기 전 단계와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기초를 다진 후 야외 암벽을 찾고는 것이 수순이다.

대표적인 국내 암벽장은 수도권 지역에는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이 있고, 설악산 울산바위와 대둔산 마천대, 고창 선운산 등 전국 각지에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한편, 스포츠 클라이밍은 생활스포츠이면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정식종목이기도 하다.

최초의 스포츠클라이밍 대회는 1971년 구소련에서 개최됐고, 국내에서는 1981년 전국 선수권대회가 최초다. 현재 스포츠 클라이밍 국제대회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관할하며, 국내에서는 대한산악연맹이 대회 개최와 보급을 맡고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 국제대회는 매년 50여개가 개최되고 있으며, 각국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20여개의 월드컵시리즈, 세계 선수권대회, 대륙별 선수권대회,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 대륙별 청소년선수권대회 등으로 나뉜다.

국내 대회는 매년 열리는 선수권대회와 회장배대회 등 전국 규모 대회와 시도별 대회를 합해 35개 내외가 개최된다. 현재 한국 대표선수들은 아시아는 물론 월드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김자인 선수는 2017년 난이도 경기 월드컵랭킹 2위, 천종원 선수는 2017 볼더링경기 월드컵랭킹 1위를 차지했다.

직접 스포츠 클라이밍에 도전해 보고 다음 달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한다면 올여름을 보다 색다르고 이색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