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31언더파. LPGA 신기록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김세영(25)이 세웠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끝난 숀베리 크리크 클래식 파이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로 7언더파 65타로 최종 합계 31언더파 257타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3억3천만원)다. 자신의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이후 1년2개월 여만의 통산 7승째.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박성현(25)에 이어 2주 연속 한국선수 우승 소식을 전했다. 올시즌 한국선수들은 19개 대회에서 7승을 합작했다.
2위 카를로타 시간다(28·스페인·22언더파 266타)에 무려 9타를 앞선 압도적 우승이었다. 전날까지 3라운드 합계 24타로 54홀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던 김세영은 72홀 최저타 신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종전 투어 72홀 최저타 기록인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의 258타(22언더파)보다 1타를 덜 쳤다.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도 경신했다. 기존 기록은 2001년 3월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소렌스탐이 남긴 27언더파(261타)였다. 김세영은 2016년 3월 JTBC 파운더스컵에서 27언더파로 타이기록을 세운바 있다. 2년만에 자신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어 LPGA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남자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72홀 최다 언더파는 2003년 어니 엘스(남아공)가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31언더파. 김세영은 미국 남녀 프로골프 투어를 통틀어 72홀 최다언더파 타이기록을 세운 셈이다.
2위 양희영에 8타 앞선 채 최종라운드에 들어간 김세영이 극복해야 할 유일한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 뿐이었다. 자칫 신기록 욕심 등에 평정심을 잃지만 않으면 우승은 떼논 당상이었다. 4라운드를 앞두고 그는 "보기 없는 라운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리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라운드를 펼치겠다는 생각. 이 전략은 적중했다. 라운드 내내 김세영은 자신의 리듬대로 편안하게 플레이 했다. 특별한 위기가 없었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지켰고, 아이언샷은 거의 대부분 그린에 떨어졌다. 그린이 어렵지 않았기에 무난하게 파나 버디로 마무리 됐다. 보는 사람도 편안해지는 물 흐르는 듯한 흐름이었다.
첫 홀을 기분 좋은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한 김세영은 5,6번홀 연속 버디로 27언더파를 기록한 뒤 9번홀(파5)에서 아깝게 이글을 놓쳤지만 탭 인 버디로 28언더파를 새겼다.보기 없이 후반을 마치면 72홀 최다언더파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상황. 김세영은 내친 김에 후반에도 버디 3개를 추가해 31언더파를 스코어보드에 새겼다.
경기를 마친 뒤 김세영은 "이전까지는 기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2년 전 JTBC파운더스컵에서 타이기록을 세운 뒤 코스레코드를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김세영의 기록적 우승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멘탈의 안정적 변화다. 김세영은 최정상급 실력을 갖춘 공격적인 골퍼지만 다소 기복이 있었다. 좋을 때는 압도적 페이스를 보이다가도 종종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다. 올시즌 예년에 비해 다소 주춤했던 그는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 화두는 마음 다스리기. 수단은 과거 영상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 자신을 믿고 멘탈을 강화할 수 있는지, 편안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했다. 과거 영상도 보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김세영은 이번 대회 내내 자연스러운 리듬 속에 편안하게 플레이 했다. 무리하게 힘을 쓰는 장면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출중한 실력에 안정된 멘탈까지 더해진 김세영. 그의 남은 시즌 행보가 궁금해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