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A 장르의 핵심 재미는 '한타'에서 발생한다.
팀원과의 완벽한 군중제어기 연계, 상대방의 스킬을 피하는 화려한 무빙 등 한타는 MOBA 장르에서 유저들이 가장 큰 재미를 경험하는 핵심요소다.
다만 대부분의 MOBA 장르에서 구현되는 한타는 어느 정도 캐릭터의 성장이(아이템 세팅 혹은 레벨업) 뒷받침 된 후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한타가 벌어지기까지 소모되는 시간이 다소 존재한다는 뜻이다.
지난 28일부터 파이널테스트를 시작한 넥슨의 배틀라이트는, 이러한 의미에서 기존 MOBA 장르와 궤를 달리한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MOBA 장르의 틀은 갖추고 있지만 마치 액션게임에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삭제된 성장 구간에 있다.
'리그오브레전드(LoL)'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보편적인 MOBA와 달리 배틀라이트는 캐릭터 성장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에 입장하면 캐릭터는 이미 모든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며, 별도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승리조건도 특정 오브젝트 파괴가 아닌 모든 적을 처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전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전장 크기 또한 라인이 구분되어 있는 MOBA와 달리, 라인의 구분 없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어 교전이 잦을 수밖에 없다. 맵 가운데 위치한 체력 및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오브젝트 역시 잦은 교전의 이유다.
배틀라이트의 교전은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하는 편이다. 캐릭터의 모든 스킬이 논타겟팅 스킬이기 때문이다. 스킬은 물론 기본 공격까지 논타겟팅으로 MOBA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게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조작방식 역시 대중적이지 않다. 'W', 'A', 'S', 'D'를 활용한 이동 방식부터 마우스 좌, 우클릭, 스페이스 바, F키를 활용하는 조작 방식은 다소 생소한 편이다. 또한 일반적인 MOBA 장르에 비해 많은 스킬 수는 자신이 활용하는 캐릭터 외에 상대 캐릭터의 스킬까지 숙지해야 하는 MOBA 장르의 특성상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편이다.
하지만 조작 방식에 익숙해지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쌓인다면, 전투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모든 공격이 논타겟팅이기 때문에, 개인의 메카닉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스킬의 범위나 투사체가 직관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주요 스킬을 보고 피하거나, 회피기를 활용한 회피가 가능해 액션게임 못지않은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논타겟팅 스킬을 기반으로 게임이 구성되다 보니, 배틀라이트는 스킬 연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군중 제어기를 적중시킬 경우 상대방을 한곳에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 들어가는 스킬의 연계가 굉장히 수월해진다.
배틀라이트의 또 다른 강점은 전략성이다. 일종의 특성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 '로드아웃'을 활용해 자신이 선택한 챔피언의 스킬 중 하나에 특수한 추가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게임이 시작되면 로드아웃의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같은 챔피언을 플레이하더라도 로드아웃에 따라 매판 다른 방식으로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벽의 시야 혹은 벽을 넘는 스킬을 활용한 기습,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 조합 등의 전략적인 요소가 다수 존재한다.
이렇듯 배틀라이트는 유저 개개인의 실력을 제외하면, 승패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거의 없는 편이다. 외부적인 요인 없이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승리시 성취감은 굉장히 뛰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하드코어한 게임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배틀라이트는 아직 테스트 버전이다 보니 대전 위주의 '아레나' 모드 이외의 다양한 모드가 지원되지 않는데, 입문자나 라이트 유저들이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유저풀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oL 이후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MOBA 게임들이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한채 사라졌는데, 기존의 MOBA 장르와 다른 방식으로 무장한 배틀라이트가 이러한 흐름을 타파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게임인사이트 김동준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