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스파이 첩보물은 '액션 영화'여야만 한다는 공식을 과김히 깨버린 '공작'. 액션신 하나 없이도 긴장감과 스릴을 자아내는 지적이고 새로운 스파이 첩보물이 신기원을 열 '공작'이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호평과 박수 갈채를 국내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 사나이픽처스·영화사 월광 제작).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윤종빈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민란의 시대'(2014)의 윤종빈 감독과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공작'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비경쟁)에 초청돼 세계 영화인들의 박수 갈채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공작'이 기대작들이 맞붙는 영화 성수기인 8월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전편으로 1400만 관객을 동원해 2편 역시 1000만 관객 돌파를 노리는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마동석 주연의 '신과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 이하 '신과함께2', 8월 1일 개봉)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과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인랑'(7월 25일 개봉)과 경쟁을 펼치는 것. '공작'이 대작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칸 영화제의 호평의 기운을 이어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이날 메가폰을 잡은 윤종빈 감독은 흑금성 스파이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이유에 대해 "안기부에 관한 영화를 준비 중으로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의 존재를 알게 됐다. 저도 너무 놀라웠고 우리 나라에도 이런 첩보활동을 하는구나. 댓글만 쓰는게 아니라는걸 느끼게 됐고 놀라와서 그런 호기심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황정민은 '공작'에 대해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 놀라웠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설마 이런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를 관통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얼마나 많겠냐. 그런 이야기를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 등 윤종빈 감독과 수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조진웅은 "윤종빈 감독과 작업할 때마다 감독님의 세계관이 참 매력적이다"라며 "사실 시나리오 받기 전에 무슨 역이냐고 물어보니까 안기부 요원이라더라. 그래서 뭔가 선입견이 딱 들었다. 그 후 시나리오를 딱 봤는데 이건 안기부 기획 실장으로 보고서를 받는 기분이었다. 이게 실화였다니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하 직원에게 보고 브리핑을 받는 느낌으로 소름이 끼쳤다"고 설명했다.주지훈 역시 '공작'의 이야기의 힘에 대해 감탄하며 "젊은 세대로서 사실 안기부, 흑금성은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안기부라는 단어도 낯설고. 그런데도 이 대본을 제가 봤을 때도 술술 넘어갔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을 잘 모르면서도 문맥상으로 잘 이해가 되는 것을 보고 참여해도 느낌이 있겠다 싶어서 출연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성민은 윤종빈 감독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공작'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단번에 "윤종빈 감독이였기 때문에 끌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북한 고위관직을 연기한 것에 대해 "대게는 실존인물을 연기할 때 실존인물을 만나보는데 그런 수도 없었고 북으로 가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자문 해주시는 분들을 통해서 그들의 생각 사상 정서 등을 많이 들었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황정민은 '공작'을 '구강 액션물'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첩보물이라고 하면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처럼 실제로 육체적으로 액션을 하는데 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서로를 속고 속이는 모습을 담는다. 상대방에게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서도 관객들은 인물들의 속내를 알게 해야 했다. 그런 중첩된 감정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조진웅과 이성민 역시 구강 액션물인 '공작'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대화 속에 감정을 속여야 했다. 그리고 대사에 브리핑하는 느낌의 말들이 많았다. 어려운 전문 용어 들도 정말 많았다. 연기를 하고 집에 가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쇼트를 완성하고 나면 산하나를 넘은 느낌이었다"고 말했고 이성민은 "연기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보통 제가 가진 것과 닮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는데 리명훈은 나와 닮은 점이 전혀 없어서 정말 스트레스를 받았다. 혼자 숙소에 가서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모두 그랬더라"고 설명했다.지난 5월 제71회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도 전했다. 이성민은 "아시아 밖을 처음 가봤고 백인을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본게 처음이었다. 영화제를 개인적으로 잘 안가는데, 공식 적인 영화제를 처음 가본 거였다"며 "그런데 굉장히 멋있었던 경험을 한 것 같다. 우리 '공작' 식구들이 레드카펫 계단을 올라가서 밑을 향해 손을 흔드는데 가슴속 뭉클함이 들더라. 이래서 오는 거나 싶더라"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에 대해 "어떻게 보면 지난 20년간 남북관계를 반추해보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20년 전 냉정이 한창일 때부터 고인이 되신 김대중 대통령 정권 때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 관계의 물꼬가 트이는 시대까지 영화를 통해 보면서 현재 한반도, 앞으로의 남북간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첩보물이긴 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이야기이고 공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공작'은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출연한다. 8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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