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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일]1%의 기적 달성한 신태용호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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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전략은 멕시코전과 같았다.

4-4-2로 나섰지만, 4-2-3-1에 가까웠다.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투톱으로 나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내려서서 중원에 무게감을 더했다. 다만 압박의 축이 달랐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구자철 자리에 섰던 이재성(전북)은 상대 더블볼란치, 에레라와 과르다도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이번 독일전에서는 좌우쪽에 초점을 맞췄다. 왼쪽에 포진한 문선민(인천)과 오른쪽의 이재성이 압박의 중심에 섰다.

상대의 측면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독일은 토니 크로스, 메주트 외질 등 중앙쪽에 패스마스터들이 있지만, 마무리는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요나스 헥토어와 요슈아 키미히, 두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이 주 루트다. 두 윙백이 깊숙히 올라와 올려주는 크로스가 공격의 주 루트다.

신태용 감독은 이를 봉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문선민은 홍 철과 협력수비를 하며 키미히를 막았다. 상대 빌드업 시에는 앞선에서부터 적극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재성은 헥토어의 오버래핑 뿐만 아니라 중원 싸움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중앙에 포진한 장현수(FC도쿄)와 정우영(빗셀 고베)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공격 보다는 포백 앞을 보호하는데 힘을 썼다.

수비는 의도대로 이루어졌다. 홍 철 쪽이 다소 불안했지만 문선민이 잘 커버했고, 센터백 역시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헌신 속 윤영선(성남)도 무리없이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김영권은 상대의 볼줄기를 완벽히 막아내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번 대회가 낳은 스타 조현우(대구)는 변함없는 선방쇼를 펼쳤다.

수비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공격 의지였다. 독일을 상대로 수비적인 경기를 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볼을 뺏은 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우영이 방향을 선택하면, 이재성이 중앙으로 이동하며 공격 작업에 나섰다. 홍 철-이 용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섰고, 문선민은 쉴새없이 뒷공간을 팠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의 공격 본능은 계속됐다. 급한 독일을 상대로 영리하게 뒷공간을 노렸다. 장현수는 힘든 상황에서도 적진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손흥민은 특유의 날카로운 슈팅과 스피드를 과시했다. 김영권의 선제골에 이어 손흥민의 쐐기골까지 2대0 승리, 우리는 독일에 월드컵 역사상 첫 아시아팀 상대 패배, 첫 조별리그 탈락을 안겼다. 신태용호는 1%의 기적을 달성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