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공식 개막전이 펼쳐진 15일(한국시각)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12분 가진스키의 머리에서 첫 골이 터져 나왔다. 경기장을 가득채운 8만여 관중은 약속이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나 "러시아!"를 연호했다.
시작에 불과했다. 러시아는 전후반 90분 동안 무려 5골을 뽑아내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나라, 러시아에서 처음 펼쳐진 월드컵에서 5대0 완승을 거뒀다.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은 휘슬 소리가 울리자 너나할 것 없이 얼싸 안으며 기뻐했다. 현장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본 러시아인 조지는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첫 경기를 이겼다. 정말 행복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 이번 개막전은 월드컵 역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두 팀의 대결이었다. 홈팀 러시아는 70위로 32개국 중 최하위다. 이에 맞선 사우디아라비아는 67위로 32개국 중 31위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최근 치른 평가전에서 주춤하며 우려를 낳았다.
기우였다. 러시아는 첫판부터 소나기골을 쏟아냈다. 전반 2골, 후반 3골을 몰아넣었다. 헤딩, 세트피스 등 가리지 않았다. 골이 터지자 러시아 팬들의 환호도 커졌다. 8만 관중의 파도타기는 가히 장관이었다.
이로써 러시아는 '개막전=홈팀 무패' 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지금껏 홈팀이 첫 경기에서 패한 적은 없다. 1998년에는 홈팀 프랑스가 남아공을 3대0으로 격파했다. 2002년에는 한국이 폴란드를 2대0, 2006년에는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4대2로 각각 제압했다. 2010년 대회에서는 남아공이 멕시코와 1대1로 비기기는 했지만, 패하지 않았다. 4년 전에는 브라질이 크로아티아를 3대1로 꺾었다.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러시아는 내친김에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모스크바(러시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