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레비스타디움(스웨덴 예테보리)=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그럼에도' 스웨덴은 웃었다.
9일 오후 스웨덴 예테보리 울레비스타디움. 스웨덴과 페루의 평가전이 열렸다. 스웨덴으로서는 월드컵 직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이날 경기를 하기 전까지 3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허덕이고 있었다.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 전 울레비스타디움 앞은 인산인해였다. 스웨덴 팬들과 페루 팬들이 뒤섞였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등지에는 페루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들이 대거 예테보리로 몰려 들어왔다.
스웨덴 팬들을 만났다.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대부분 월드컵 출전에 만족했다. 한 팬은 "월드컵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결과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지금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F조에서 16강 진출국은 독일과 스웨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스웨덴에 대해 비판적인 팬도 있었다. 모로코 출신 이민자인 한 팬은 "스웨덴은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피지컬과 제공권을 가지고 '럭비'를 한다"고 혹평했다.
이날 경기는 라르손의 100번째 A매치였다. 3만4000여 관중들은 라르손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경기 자체는 무료했다. 스웨덴은 가동할 수 있는 주전 대부분을 내세웠다. 스웨덴은 전형적인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수비를 단단히 했다. 볼을 잡으면 앞쪽으로 길게 연결했다. 최전방 투톱인 베리와 토이보넨의 제공권을 적극 활용하려고 했다. 포르스베리나 클래손같은 빠른 윙어들도 활용했다. 쉽게 말해 중원은 단단하게 구축한 뒤 좌우로 벌리고 크로스로 해결하거나 세컨드볼을 노렸다. 월드컵 첫 경기인 한국을 상대로 높이의 축구를 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했다. 공격은 단조로웠다. 예측 가능한 장면들이 대부분이었다.
스웨덴의 약점도 나왔다. 페루는 스웨덴의 2선과 3선에서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았다. 스웨덴 2선과 3선은 흔들렸다. 균열을 보였다. 그 사이에서 스루패스나 중거리슈팅이 나오면 좋은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현장으로 날아간 한국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이정도면 해볼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0대0 무승부. 스웨덴은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늪에 빠졌다. 그래도 3만4000여 스웨덴 그리고 페루 팬들은 양 팀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월드컵에서 더 잘해주기를 바라는 박수였다.
스웨덴 선수들은 경기에 대해 전체적으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포르스베리는 "오늘 경기에서 부상자가 안 나온 것이 중요하다. 득점하지 못해 걱정되지만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했다. 주장 그란크비스트는 "득점은 할 때가 있고 못할 때도 있다. 득점이 없다고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라르손은 "한국은 빠르고 젊다"면서도 "아직 한국의 영상을 보지 못했다. 월드컵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맨유에서 뛰고 있는 린델로프 역시 "손흥민 등 좋은 선수가 많다고 들었다. 젊고 빠르다. 잘 준비하면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신태용 감독과 차두리 코치가 있었다. 스웨덴의 전력을 직접 탐색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왔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스웨덴은 한 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스웨덴은 좌우에서 날아오는 크로스 그리고 문전앞에서 떨구거나 직접 슈팅을 하는 등의 찬스를 만들었다. 다들 알고 있는 뻔한 패턴이어다. 다만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면 실점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신 감독은 이 장면들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스웨덴은 제대로 된 세트피스를 보여주지 않았다. 신 감독도 "세트피스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짚었다. 스웨덴 역시 세트피스가 가장 큰 무기다. 한국과의 경기에 쓸려고 꽁꽁 숨겨놓았다.
함께 온 차두리 코치는 "오른쪽 풀백을 맡고 있는 루스티는 셀틱에서 함께 뛴 동료"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웨덴 선수들은 어지간해서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