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가 될까.
KIA 타이거즈의 불펜진은 솔직히 '믿을 놈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좋지 못하다.
꾸준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투수가 거의 없다. 한 두번 잘던지다가도 갑자기 부진하다보니 중요한 상황에서 내는 것이 꺼려지고 불안하다.
시즌 시작부터 마무리를 맡았던 김세현이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뒤 노장 임창용이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어깨 담 증세로 8일 1군에서 말소되면서 필승조라고 할만한 투수는 김윤동밖에 남지 않았다.
시즌을 시작한지 두달이 넘은 가운데 이제 새롭게 필승조를 짜야하는 위기가 온 것이다.
KIA의 9일 현재 1군 엔트리에 있는 불펜 투수를 보면 유승철 홍건희 이민우 임기준 황인준 김윤동 정도다. 임기영이 불펜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언제 선발로 갈지 모른다.
그래도 이런 불펜의 위기가 보석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이 그랬다. 7-2로 앞선 9회초 김윤동이 홈런 2방을 맞고 3점차로 쫓긴 상황에서 볼넷과 2루타로 무사 2,3루의 위기를 맞자 KIA 김기태 감독은 임기준을 올렸다. 김윤동이 사실상 마무리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김윤동이 무너지면서 분위기가 다운될 위기였지만 임기준은 착실히 롯데 타선과 대결했다. 첫 타자 왼손 채태인에게 홈런성 타구를 맞아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우익수가 펜스앞에서 잡아냈다. 3루주자가 들어와 7-5가 됐고, 1사 3루. 다행히 임기준은 최근 타격이 부진한 문규현을 만나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고, 이어 1할대 타자인 나종덕 역시 비디오 판독 끝에 삼진으로 처리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무리 약한 타자라도 위기감을 느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고 올시즌 자신의 첫 세이브를 챙겼다.
지난해에도 KIA는 불펜진이 불안했다. 임창용이 부진으로 내려가며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지만 이내 김윤동이 불안하면서도 세이브를 챙겨 10세이브를 올리며 불펜의 샛별로 떠오른바있다. 예상보다는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KIA로선 불펜진 안정이 상위권으로 가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 이런 상황에서 KIA를 구원할 선수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