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마초 영화 전문 감독'(?) 박훈정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새 영화 '마녀'(영화사 금월)로 돌아왔다.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 '마녀'(박훈정 감독, 영화사 금월 제작).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은 '은악마를 보았다'(10, 김지훈 감독) '부당거래'(10, 류승완 감독)의 각본가로 영화계에 데뷔, 이후 자신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혈투'(11) '신세계'(12) '대호'(15) '브이아이피'(2017)까지 남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거칠고 마초적인 느와를 장르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줬다.하지만 마초적 색채가 지나치게 강한 영화로 때로는 비난과 논란에 중심에 서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7년 개봉한 '브이아이피'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으나 개봉 이후에는 '여혐 논란'에 휩싸이며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극중 여성 피해자에 대한 배려심 없는 잔혹한 묘사가 여성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 여성 커뮤니티 중심으로 불매 운동까지 일어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 '마녀'는 다르다. 영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메인 캐릭터 두 명이 여성인 것. 주인공인 기억을 잃고 살고 있는 고등학생 자윤 역은 신예 김다미가 1500:1의 경쟁률을 꿇고 캐스팅 됐고, 자윤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닥터 백 역은 4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오는 조민수가 맡았다. 특히 조민수가 연기한 닥터 백은 본 시나리오에서는 남성으로 설정됐으나 제작 회의를 통해 여성으로 바뀌게 됐다.제작보고회에서 조민수는 닥터 백 역을 맡은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여성 연기자들이 맡을 역이 없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럴 때 마다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럴 때 우리도 어떤 여성 캐릭터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며 "저의 작은 욕심은 이 영화가 잘되서 이런 강력한 역도 여성이 해도 된다는 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은 소명같은 것도 생긴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극중 닥터 백의 지시로 자윤을 쫓는 미스터 최 역의 박희순 역시 이번 영화는 '여성 캐릭터들을 위한 영화'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마녀'는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남성 캐릭터들에 가려서 아쉬운 지점이 있었는데 '마녀'는 여성 캐릭터들의 향연이 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의 배경이 될 지언정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마초적인 전 작품들과 다른 색깔의 영화를 선보인 것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이 작품은 원래 '신세계' 다음 작품으로 준비했던 것"이라며 "그러다가 '대호'를 하면서 순서가 밀리게 됐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고민했던, 또 생각했던 영화"라고 전했다.'마초 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맞다"고 쿨하게 인정한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서 선하게 변해가는지 선하게 태어나서 악하게 변하는지 예전부터 궁금했다.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 그런 궁금증에 이야기가 붙으면서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며 "'마녀'는 여성 액션 그 자체에 영화로 주목을 했다기보다는 성선설 성악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주인공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아보니 주인공이 여학생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녀'엔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등이 출연한다. 오는 6월 27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