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알프스 자락 레오강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해가 중천에 가 있을 시각. 한국시각으로 어젯밤에 있었던 한국-볼리비아전 후폭풍으로 시끄럽습니다.
신태용호는 세번째 평가전에서 남미 볼리비아와 무득점으로 비겼습니다. 0대0.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지만 마무리 부족과 상대 선수들의 몸을 던지는 방어 그리고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로 득점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내용은 차치하고 경기 후 '손흥민-정우영의 말다툼 논란'과 신태용 감독의 '트릭' 발언으로 네티즌 세상이 한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스웨덴전(18일 오후 11시)까지 딱 10일 남았습니다. 이동 등을 고려할 때 훈련할 수 있는 일수는 10일도 안 됩니다. 신태용호는 11일 오스트리아 그로딕에서 세네갈과 마지막 비공개 평가를 치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입성해 마지막으로 조별리그 준비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현재 신태용호 안팎의 공기는 순항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세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1패. 온두라스를 2대0으로 제압했고, 보스니아에 1대3으로 졌고, 볼리비아와 0대0으로 비겼습니다. 마지막 세네갈전이 남았지만 세 차례 평가전에서 보스니아전에선 공격적인 스리백을 했을 때 뒷공간이 무너지는 허점을 노출했습니다. 볼리비아전에서 공격의 예리함이 떨어졌습니다. 축구팬들은 "불안하다"고 비판합니다. 미디어도 신태용 감독의 변화무쌍한 테스트와 비공개 훈련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다수가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 본선 준비 과정에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 감독의 트릭 발언과 '손흥민-정우영의 말다툼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신 감독은 7일 볼리비아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신욱-황희찬 투톱의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 "트릭이라고 보면 됩니다"라고 했다. 그 말을 그대로 믿자면 김신욱-황희찬 투톱은 속임수라는 겁니다. 정보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 감독은 트릭이라고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데 사족을 달았습니다. 물론 이 또한 '트릭'이라고 해명한다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만요.
'손흥민-정우영 말다툼 논란'은 팀내 불화의 한 단면일 수도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건입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영상과 사진을 보면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경기 마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먼저 정우영에게 말을 건내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자 정우영도 반응을 보입니다. 정우영의 얼굴 표정이 안 좋아 보입니다. 손흥민도 돌아보고 얼굴을 찌푸립니다. 이때 김영권이 정우영을 말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합니다. 내분쪽으로 보자면 선배 정우영과 후배 손흥민 사이에 뭔가 감정을 건드리는 코멘트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축구협회가 현장 기자들에게 보내온 해명은 이렇습니다. '경기종료 직전 프리킥 장면에서 흥민이가 돌아나가고 우영이가 흥민이 쪽으로 때려주기로 약속한 플레이였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아서 흥민이가 우영한테 먼저 좀만 늦게 차주지 하고 웃으면서 말하고 지나간 후 우영이가 이랬다고 합니다. "난 내가 킥하는 동시에 흥민이 니가 스타트하는건 줄 알았지" 근데 우영 표정이 잔뜩 찌푸리면서 말하는 것으로 영상이 나왔는데 우영은 경기 마지막이라 너무 힘들어서 그런 표정이 저절로 나온 거 같다고 합니다.' 또 협회에 따르면 두 선수가 그 영상을 보고 서로 웃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영상이 나왔냐'고 말했답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이 영상 때문에 팀 분열이라는 쪽으로 오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요청해왔습니다. 이걸 두고 일부 부정적인 네티즌들은 건수를 잡은 듯 축구협회와 선수단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손흥민과 정우영이 서로 주고받았다는 말과 뉘앙스의 진실은 그 현장에 있었던 선수들만이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겁니다. 협회의 해명이 정확했다면 더이상 논란이 될 건 없다고 봅니다. 선수들 사이에 충분히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항입니다. 단 매우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한배를 탄 태극전사들 답게 훌훌 털고 다음으로 나가면 그만인거죠. 그러나 실제로 일부 태극전사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여 있어 폭발 직전이라면 이건 풀고 넘어가야할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태극전사들은 요즘 큰 부담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주장 기성용은 볼리비아전 후 현장 기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제발 태극전사들이 맘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수준 이하의 경기력이나 나태한 플레이를 했을 때 따끔하게 질책하고 나무랄 수 있습니다. 지금이 그런 시기일 수도 있습니다. 신태용 감독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준비하고 있는 전술을 비공개하고, 또 스리백과 포백을 왔다갔다하면서 현재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 기자들도 팬들도 모두 혼란스럽다가 중론입니다.
태극전사들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입니다. 기성용의 호소가 지금도 애잔하게 들립니다. 회초리를 들더라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스웨덴전까지는 기다려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레오강(오스트리아)=스포츠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