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선트러스트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나왔다.
이날 경기는 연장 14회 끝에 원정팀인 워싱턴이 5대3으로 승리했다. 워싱턴은 3-3인 연장 14회초 공격에서 1사후 대타로 투수 맥스 슈어저를 기용했다. 그때까지 야수들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은 슈어저를 타석에 세웠다. 그런데 슈어저는 상대 투수 미구엘 소콜로비치의 84마일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터뜨린 뒤 후속 윌머 디포의 우중간 3루타 때 홈까지 파고들어 결승 득점을 올렸다. 워싱턴 승리의 주역이 투수인 슈어저였다는 점이 이날 메이저리그 최고의 화제였다.
슈어저는 운동신경이 뛰어난 몇 안되는 현역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다. 그는 이날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대타로 3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가 올시즌 더욱 주목받는 건 이런 타격 실력 때문이 아니다. 생애 4번째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슈어저는 지난 달 3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8이닝 2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9승째를 따냈다. 당시 슈어저는 팀의 공격 이닝 때 스탠리컵(북미아이스하키리그 결승전)을 시청했다는 게 알려져 또다른 주목을 받았는데, 그는 자신의 SNS에서 "오늘 경기 지명타자제도의 큰 수확은 팀이 타격하는 동안 내가 캐피탈스의 결승전을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현재 슈어저는 9승1패, 평균자책점 1.92, 탈삼진 120개를 기록중이다. 내셔널리그 다승과 탈삼진, 투구이닝(79⅔이닝), 이닝당 출루허용(0.85) 부문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1.44)에 이어 2위. 이 정도면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손색없다. 현재 경쟁 투수를 꼽자면 디그롬과 콜로라도 로키스 애런 놀라(7승2패, 2.18) 정도 밖에 없는데 종합적인 활약상이 슈어저에 미치지 못한다.
주목할 것은 똑같이 세 차례 사이영상에 빛나는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사실상 경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커쇼는 지난 1일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선발 등판,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곧바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다음 날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번에도 약 한 달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날 현재 커쇼는 1승4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중이다. 부상에서 돌아와 전성기 기량을 찾는다 해도 슈어저를 제압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날 ESPN은 하이라이크 코너에서 슈어저의 대타 활약을 소개하면서 "슈어저가 올해도 사이영상이 유력한 이유는 경쟁자인 클레이튼 커쇼가 또다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두 선수는 똑같이 세 번의 사이영상을 받았는데, 4번째 수상은 슈어저가 먼저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슈어저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인 2013년 사이영상을 첫 수상했고, 2015년 워싱턴으로 옮긴 뒤로는 2016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받았다. 커쇼는 2011년, 2013년, 2014년에 걸쳐 수상했고, 2016년부터는 잦은 허리 부상으로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힘든 처지에 이르렀다. 두 선수는 똑같이 198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나이는 1984년생인 슈어저가 커쇼보다 4살 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