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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전 '헤드셋 불통소동' 보스니아전에서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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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휴대폰으로 얘기하자고 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지난 28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치른 뒤 헤드셋을 시험 사용한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농담처럼 한 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온두라스전에서 헤드셋을 처음으로 테스트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최초로 헤드셋을 사용하도록 한 데 따른 예행연습이었다.

하지만 '첫발'은 사실상 실패였다. 협회에서 준비한 헤드셋 장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전파가 잘 안잡혀서 그런지 위에서는 얘기했다는데 벤치에서는 안들렸다. 전반에 조금 작동하다가 이후 먹통이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신 감독의 '사용후기'에 놀란 협회는 원인 조사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도 헤드셋을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회의 조사 결과 장비의 돌발적 결함 때문인 것으로 일단 파악됐다. 협회는 온두라스전때 심판실에서 사용중인 블루투스 접속 방식 헤드셋 3세트를 준비했다. 심판진과 대표팀 코치진, 나머지는 예비용이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헤드셋을 시험 작동한 결과 심판용 장비가 장애를 보였다. 이 때문에 대표팀 코치진 지급용을 심판진에 주는 대신 예비용을 대표팀에 지급했다. 불운하게도 코치진에 지급된 예비용 장비가 하필 말썽을 부린 것으로 협회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협회는 다른 헤드셋 장비들 가운데 꼼꼼하게 테스트를 거쳐 상태가 양호한 것들을 공수해 보스니아전에 투입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장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일시적 장애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기능이 양호한 장비를 다시 가져왔으니 온두라스전같은 불통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의 대처법과 달리 블루투스 헤드셋 특성상 장애가 또 발생할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음악회, 스포츠 등 대규모 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최대 음향기업 현대음향의 기술전문가에 따르면 블루투스 방식 헤드셋은 장치가 이상없더라도 군중이 모였을 경우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블루투스는 2402~2480MHz로 주파수 대역이 좁고 신호의 세기도 약하다. 블루투스 헤드셋이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리가 너무 멀거나, 단말기 자체 결함일 때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원인이 아니라면 휴대폰을 소지한 사람들이 다수 몰렸을 경우 장애를 보이기 십상이다. 현대음향 관계자는 "휴대폰도 역시 주파수를 사용하는 장치다. 더구나 휴대폰의 주파수는 블루투스보다 훨씬 강하다. 수많은 군중의 휴대폰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주파수가 쏟아져 나오면 주파수가 약한 블루투스는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인근에 공군비행장 등 군사시설이 있으면 블루투스 통신은 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두라스전이 열린 대구스타디움에는 3만3000여 관중이 모인 가운데 통신이 폭증한 바람에 무선 인터넷 불통으로 사진기자들이 사진기사를 제때 전송하지 못하는 소동이 일어난 바 있다. 헤드셋 불통이 단순한 장비 결함때문이 아닐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보스니아전이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4만명 가량의 만원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헤드셋 장애 가능성이 낮다. 월드컵용 헤드셋은 이른바 '무선 인터콤'으로, 블루투스 방식이 아니라 지정 주파수를 맞춰 통신하기 때문에 다른 주파수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콤은 너무 고가여서 협회에서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보스니아전에서 블루투스 헤드셋으로도 사전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할지 여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