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로 뒤진 9회말 2사 1,2루. 2번 최주환이 초구 볼을 고른 뒤 갑자기 두산 김태형 감독이 최주환을 불렀다. 둘이 뭔가 얘기를 했고, 다시 타석으로 돌아간 최주환은 SK 마무리 신재웅의 2구째 147㎞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쳤다. 두산 베어스가 31일 잠실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서 6대4의 승리를 거둘 때 마지막 장면이었다.
과연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던 것일까. 그 상황에서 김 감독이 무슨 지시를 내렸을까.
사실은 지시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이날 2루수로 나섰던 최주환은 6회초 수비 때 실책을 했다. 4번 정의윤의 타구를 잡았다가 놓쳤다. 그런데 이때 손가락을 다쳤단다. 타구에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맞았다. 김 감독은 타석에 선 최주환이 아픈 손가락으로 제대로 타격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을 했던 것. 김 감독은 최주환에게 "칠 수 있겠어?"라고 물었고, 최주화은 "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그리고 홈런으로 자신의 말을 지켰다.
최주환은 올시즌 두산의 최고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다. 중심타자로 나선 경우가 별로 없는데 타점이 어마어마하다. 전날까지 44타점으로 팀내 1위, 전체 3위를 달린 최주환은 이날도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47타점으로 48타점을 올린 롯데 이대호에 이어 타점 2위로 올라섰다.
최주환은 올시즌 달라진 것으로 마음가짐을 꼽았다. "연습때 풀스윙을 하는데 실제 경기 타석에서도 삼진을 당해도 제대로 돌려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며 "마지막 타석에서도 풀 스윙을 한 게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라고 했다.
타점 올리는 테이블세터 최주환이 있어 더 무서운 두산 타선이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