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두산 베어스는 더스틴 니퍼트와 결별하고 조쉬 린드블럼을 영입했다.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니퍼트는 두산에서만 2011년부터 7시즌을 뛴 선수다. 1시즌을 버티기도 힘든 것이 외국인 선수의 입지인 것을 감안하면, 니퍼트는 두산에 있어 상징적인 존재였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인 선수이자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니퍼트는 두산에서 뛰는 동안 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팀에 보답했다. 그는 "두산에서 은퇴할 때까지 뛰고싶다"고 공공연히 밝힐만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존재였다.
두산이 그런 니퍼트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당연히 아쉬워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 시즌 니퍼트의 성적은 30경기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최종 성적표만 놓고 보면 크게 부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산은 니퍼트를 포함해 또다른 투수 마이클 보우덴,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까지 모두 보류권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계약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과감한 교체를 택했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린드블럼도 롯데와의 재계약이 요원한 상태였고, 당시 두산을 비롯해 다수 구단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 발 앞선 두산이 린드블럼의 손을 잡았다.
두산이 니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는 올 시즌에 대한 보장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걱정이나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팀의 상황을 고려했을때 과감한 결정도 필요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다.
그렇게 니퍼트는 두산을 떠나 어렵사리 KT 위즈에 새둥지에 둥지를 틀었고, 린드블럼은 두산에서 적응을 마쳤다. 두산 입단 이후 린드블럼이 보여주는 모습은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개막 첫 경기에서는 삼성을 상대로 4⅓이닝 4실점 부진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후 10경기에서 한 차례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장점은 이닝 소화력.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한 린드블럼은 시즌 경기당 평균 6⅓이닝 이상을 홀로 책임지고 있다. 특히 린드블럼 등판시 두산의 팀 승률이 72%가 넘는다. 1선발다운 활약이다.
또 국내 선발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타며 번갈아 흔들릴때 린드블럼만큼은 굳게 중심을 지켜주고 있다.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때 두산의 그 선택은 옳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