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스키스타디움(우크라이나 키예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경험이 패기를 눌렀다. 행운과 불운이 교차했다. 그리고 탁월한 용병술이 우승팀을 결정지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리버풀을 누르고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동시에 3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6일 밤(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피스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UCL 결승전에서 3대1로 승리했다. 가레스 베일이 2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 원인은 무엇일까.
▶경험, 패기를 돌려세우다
경기 초반 리버풀이 경기를 장악했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경기 초반 레알 마드리드가 자신감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말 뒤에는 자신들도 상대에 겁먹지 않고 강하게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리버풀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강하게 달려들었다. 패기넘치는 돌진이었다. 최전방 스리톱은 공격을 하면서 수비를 했다. 2선에 있는 미드필더들과 3선 수비수들은 수비를 하면서 공격을 병행했다. 유기적으로 압박을 펼쳐나갔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리버풀이 자랑하는 '헤비메탈 축구'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노련했다. 패기 넘치는 리버풀의 예봉을 요리조리 피해나갔다.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의 공이 컸다. 나바스는 전반 초반 빠른 판단력으로 리버풀의 슈팅을 막아냈다. 의도적으로 경기 템포를 늦추기도 했다. 볼을 돌리면서 조금이라도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바로 효과는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는 의미가 컸다.
▶행운과 불운 교차
경기의 분수령은 전반 25분이었다. 리버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세르지오 라모스와 몸싸움 끝에 넘어졌다. 어깨로 땅을 짚었다. 어깨를 다쳤다. 살라는 3분간 더 뛸려고 했다. 그러나 무리였다. 결국 교체아웃됐다.
살라가 빠진 리버풀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흔들어줄 선수들이 아무도 없었다. 피르미누와 마네가 열심히 했다. 무게감이 떨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를 적극 활용했다. 공세로 전환했다. 리버풀의 골문을 계속 노렸다.
여기에 행운이 하나 더 나왔다. 후반 6분이었다. 리버풀 카리우스 골키퍼가 볼을 잡은 뒤 손으로 패스하려고 했다. 벤제마가 달려와서 다리를 뻗었다. 볼은 그의 다리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리버풀은 파울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1로 앞서있던 후반 38분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베일이 기습적인 중거리슈팅을 때렸다. 카리우스 골키퍼가 잡았다가 놓쳤다. 행운의 골이었다.
여기에 리버풀은 불운이 겹쳤다. 후반 24분 마네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3분 뒤에는 피르미누의 슈팅이 카세미루의 팔꿈치에 맞았다.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단순히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불운했다"고 아쉬워했다.
▶탁월한 용병술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후반 16분 교체를 단행했다. 이스코를 불러들이고 베일을 넣었다. 투톱에서 스리톱으로 바꿨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단 호날두-벤제마 투톱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연결 고리를 해줘야할 이스코가 부진했다. 베일을 넣으면서 스리톱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좌우 공간을 크게 활용했다. 그리고 들어간 지 3분만에 '환상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넣었다. 스리톱으로 전환했기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르셀로가 오버래핑할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의 크로스 도착 지점에는 있던 베일, 역시 스리톱으로 전환을 했기에 가능한 포지셔닝이었다. 결국 지단 감독의 용병술이 탁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