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심각한 타격부진에 빠졌다. 풀죽은 방망이가 마운드 파워를 감소시키고 있다. 최근 3연패, 이 기간 4점을 뽑는데 그쳤다. 한화는 26일 현재 28승22패로 3위에 랭크돼 있다. 5할승률 '+6'. 누구도 예상못한 선전이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화의 약진은 마운드 개혁으로부터 시작됐다. 마무리 정우람을 정점으로 송은범 안영명 박상원 서 균 장민재 이태양 김범수 등 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만들었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제이슨 휠러가 5월 들어 좋아지고 국내 선발(배영수 김재영 김민우)도 버티고 있다. 5월 중순까지는 필요한 점수를 쥐어짠 뒤 마운드의 힘으로 틀어 막았는데 최근엔 한두점 만드는 것도 힘겹다.
한화의 올시즌 팀타율은 2할7푼3리로 전체 9위다. 하지만 최근 7경기에서는 팀타율이 2할2푼8리에 그치고 있다. 2할5푼 미만은 한화가 유일하다. 이 기간 희생플라이는 없고, 병살타는 11개로 최다.
26일 개인통산 300홈런(통산 10번째)을 달성한 김태균(0.314)이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타선의 핵인 제라드 호잉(0.328)이 잠잠하면 타선 전체 폭발력이 사그라든다. 이용규(0.324)-정근우(0.252)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도 정근우의 타격 부진이 생각보다 깊어지면서 활력을 잃었다.
4월 한달간 잘해주던 양성우(0.274)는 슬럼프를 겪다 옆구리 근육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팀의 미래인 하주석(0.243)은 벌써 삼진이 52개(전체 6위)나 된다. 지난 한해 삼진(83개)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최진행(0.185) 최재훈(0.187) 등 하위 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겐 쉬어가는 코너나 마찬가지다. 18세 정은원(0.207) 등 젊은 야수들로 변화를 꾀하지만 데이터 상으로도 압도적인 변신은 어려운 상황.
한용덕 한화 감독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장종훈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우리는 방망이 기준으로 오더를 짜지않고 수비 위주로 오더를 짠다"고 말했다. 저득점-저실점 야구로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냈기에 방망이 부진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난 수년간 한화는 방망이팀이었으나 초토화된 마운드는 매해 팀의 발목을 잡았다. 한화 프론트와 한용덕 감독은 이글스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고 제대로 개선시켰다.
50경기를 치르면서 한화는 필요 득점을 잘 뽑고, 이를 잘 지켜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필요 득점이 어려워진 상황이 반복되면서 개선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화는 26일 인천 SK전에서는 부진했던 하주석을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정은원을 대신 유격수로 투입하기도 했다. 이용규의 발목부상 공백으로 라인업을 흔들수 밖에 없었지만 벤치에서도 타선 조정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는 신호였다.
한화 야수진은 계속 이어지는 박빙 승부에 다소 지친 느낌이다. 라인업을 크게 손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자칫 큰 변화를 줄 경우 좋았던 수비, 밸런스까지 흔들릴 수 있다. 2군 야수로는 오선진 김태연 김회성 백창수 장진혁 최윤석 강경학 이동훈 강상원 등이 있다.
현재로선 기존 베테랑 야수들의 타격 사이클이 빠르게 반등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때 한화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했다. 최근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할 때도 야수쪽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예상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화는 최근 3연패중이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다.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대비할 시간은 있는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