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알면서도 결정을 내린 넥센 히어로즈. 대형 유망주 안우진은 그 기대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휘문고 출신 안우진은 고교시절 전국구 유명 선수였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지명 대상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에서 유독 좋은 공을 뿌리는 투수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안우진은 1순위 선수로 꼽혔다. 1m90이 넘는 당당한 체구에 150km을 넘는 강속구. 인재들이 넘쳐나는 서울권 학교 가운데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더군다나 2018년도 서울권 1차지명 순위에서 넥센이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보다 빠른 1번 차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저 없이 안우진을 택했다.
그만큼 팀의 기대치가 컸다. 넥센은 안우진에게 팀 역대 최고액이자 리그 전체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계약금 6억원을 안겼다. 계약금 5억원 이상의 대형 유망주를 보기 힘든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그에게 걸고있는 희망의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명 이후 폭행 문제가 터졌다. 결국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앞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넥센은 자체적으로 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여론은 들끓었다. 전후 관계를 떠나 후배를 폭행했다는 사실 자체로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안우진의 징계는 지난 23일로 끝이 났다. 그런데 넥센은 이틀 후인 25일 1군 엔트리에 안우진을 등록했다. 의외의 결정이다. 넥센은 이미 홍역을 앓고있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송사 문제 외에도 박동원, 조상우의 성폭행 논란이 터진지 채 사흘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다. 야구 외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데도, 안우진을 징계가 끝나자마자 1군으로 불렀다.
당연히 여론이 좋지 않다. 넥센 구단도 팬들이 안우진을 뜨거운 박수로 반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맞을 매를 먼저 맞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안우진은 등록일에 데뷔전을 치렀다. 13-2로 크게 앞서던 롯데 자이언츠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km을 기록했고, 힘차게 16개의 공을 뿌렸다.
재능이 빼어난 선수인만큼 안우진이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그에게는 야구 외에 스스로 헤쳐나가야할 것들이 있다. 구단의 기대와 선택은 안우진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그는 어떤 선수로 자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