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해영(45) 감독이 범죄 액션 영화 '독전'(이해영 감독, 용필름 제작)의 멀티 캐스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독전'. 작품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독전'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를 전했다.
중국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을 원작으로 한 '독전'은 여러 장르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온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05, 박찬욱 감독) '박쥐'(09, 박찬욱 감독) '아가씨'(16, 박찬욱 감독) 등을 통해 남다른 스토리텔링 능력을 선보여온 정서경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된 각본으로 제작 단계부터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여기에 하나의 타깃을 좇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빈틈없는 열연을 펼치는 명배우들의 조합을 선보인 '독전'은 조진웅을 주축으로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고 김주혁까지 그야말로 충무로에서 본 적 없는 독한 연기의 끝을 펼쳐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또한 강렬한 액션과 감각적인 미장센이 더해진 '독전'은 여타 다른 범죄극과는 차별화된 매력과 '비주얼버스터'다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을 '독전'으로 한데 모은 멀티캐스팅에 대해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낸 이해영 감독. 실제로 가장 정성을 쏟은 캐릭터로 오프닝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김성령의 캐릭터 오연옥이라고. 각색 초반 오연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 캐릭터로 출발해 오연옥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해영 감독은 "'독전'은 무엇보다 장르 영화로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다들 센 설정을 가진 캐릭터였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는데 운이 좋게 만족스러운 캐스팅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김성령 선배가 연기한 캐릭터는 처음에는 남성 캐릭터였다. 그런데 오연학 캐스팅에 어울리는 배우를 아무리 고민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배우가 없었다. 일단 그 어떤 남자 배우를 대입해도 연출자인 내가 신나지 않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낙담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김성령 선배가 떠올랐다. 실제로 성령 선배가 미스코리아 진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팬이었는데 '독전'의 오연학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캐스팅에 대한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면서 남성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바꾸고 성령 선배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독전'의 이야기를 출발하는, 촉발하는 인물인데 성령 선배가 작은 비중임에도 흔쾌히 결정해줬다. 정말 애정을 많이 쏟은 캐릭터였고 너무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김성령을 캐스팅한 과정에 이어 이해영 감독은 고(故) 김주혁과 함께 '독전'의 특별출연을 담당한 차승원에 대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그는 "차승원이란 배우는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이단아 같은 느낌이 있다. '독전'에서 그가 맡은 인물은 브라이언이라는 이단아이기도 한데 승원 선배와 너무 잘 맞는 캐릭터였다. 처음 '독전'을 제의했을 때 브라이언이라는 캐릭터가 완벽히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승원 선배는 스토리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브라이언은 실제로 승원 선배와 함께 구상하고 논의해 만든 캐릭터다. 승원 선배에게 딱 맞는 맞춤옷처럼 재단해서 만든 캐릭터다. 승원 선배 역시 열정이 상당했다. 한밤중에 전화 와서 다짜고짜 브라이언 연기를 펼쳤고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브라이언을 시연했다. 브라이언이 할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보여줬다(웃음). 김주혁 선배가 '독전'의 격을 높였다면 승원 선배는 '독전'의 폭을 넓혀준 배우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물론 '독전'의 맛을 살려준 배우가 비단 특별출연, 조연뿐이겠나. '독전'의 기둥이 된 조진웅과 류준열에 대한 만족도도 빠지지 않았다. 조진웅은 '독전'에서 실체 없는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형사 원호를, 류준열은 원호가 추적하는 마약조직에서 버림받은 조직원 락을 연기했다. 두 배우 모두 '인생 연기' '인생 캐릭터'라 손꼽힐 만큼 역대급 연기를 선보였다.
이해영 감독은 조진웅에 대해 "원호는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모든 것을 거는 캐릭터다. 그야말로 전력 질주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조진웅이란 배우였다. 관객들이 원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나 이입을 방해하지 않고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했는데 진웅 선배가 그걸 충족시켜줬다"며 "예민하고 추적하는 원호의 비주얼을 위해 다이어트를 부탁하기도 했다. 알고 보면 진웅 선배는 뼈대가 늘씬하고 선이 고운 배우이기도 한데 '독전'을 통해 그런 숨겨진 매력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진웅 선배는 그 좋아하던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 열정이 정말 대단하더라"고 감탄했다.
이어 "노르웨이에서 조진웅과 함께 엔딩 장면을 찍는데 얼굴에서 누적된 피로감이 주는 푸석푸석하고 야윈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원호와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실제 그 장면은 조진웅이 직접 차를 운전했고 내가 바로 옆에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팔로우를 한 장면이다. 촬영하면서 조진웅이란 배우에 대해 존중과 경외감을 가질 정도로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 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해영 감독은 이번 '독전'에서 류준열의 비주얼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고백도 덧붙였다. '독전'에서 유독 잘생김을 연기한 류준열의 뒤에는 이해영 감독의 피땀, 그리고 눈물이 있었다는 것.
"류준열은 작정하고 예쁘게 찍으려고 노력했죠. 원래 제가 시나리오 쓸 때 락을 설명하는 지문으로 '하얗고 맑은 인상을 가진 인물'이라고 썼어요. '독전'에서 비주얼이 보여주는 느낌이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최대한 하얗고 맑게, 서늘하게 담으려고 했어요. 사실 '독전' 촬영 감독이 류준열의 전작인 '침묵'(17, 정지우 감독)을 촬영했던 감독인데 그때엔 준열이가 맡은 캐릭터 특성상 그의 미모를 단 한 순간도 배려하지 않고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엔 조명도 여배우 못지않게 썼고 촬영 각도도 가장 예쁜 각을 찾아 맞췄어요. 준열이가 '독전' 촬영하는 중간 '리틀 포레스트'(18, 임순례 감독) 촬영을 잠깐 다녀왔는데 혹시라도 과수원에서 과일 따다가 뽀얀 피부가 탈까 봐 전전긍긍했어요. 매니저에게 부탁해 촬영 외에는 무조건 양산을 씌어달라고 하기도 했고 실제로 준열이가 '리틀 포레스트' 촬영 쉴 때 양산 쓰고 쉬는 모습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어요. 하하."
한편, '독전'은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가세했고 차승원, 고 김주혁이 특별출연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페스티발'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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