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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스타터' 초이스, 본격 홈런레이스 시동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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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스타터'.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칭한다. 초반 적응에 남보다 약간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시즌 개막 직후 초이스의 모습은 지난해와는 달랐다. 헛스윙이 많았고, 타구도 멀리 뻗지 못했다. 타율이 2할대 중반 밑으로 처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개막 후 두 달이 지났다. 아무리 '슬로 스타터'라고 해도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채비를 다 갖춰야 한다. 아직까지도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그건 '슬로 스타터'가 아니라 그냥 실력이 없는 선수일 뿐이다. 다행히 초이스의 실력은 진짜배기였다. 약 2개월의 적응기간을 마치고, 이제서야 본격적인 실력이 나오고 있다.

초이스는 지난 22일 인천 SK전 때 5타수 3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초이스가 한 경기에서 3안타를 친 건 올해 들어 네 번째다. 덕분에 타율은 2할9푼으로 상승했다. 또한 두 번째 타석이던 3회에는 솔로 홈런을 날리면서 지난해(17개)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제서야 히어로즈 구단이 기대하던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지닌 초이스의 진가가 나오고 있다는 증거다.

초이스는 지난해 시즌 중간에 팀에 합류해 불과 46경기만 뛰었다. 그러나 히어로즈 구단은 시즌 종료 후 초이스와의 재계약에 관해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 이상의 외국인 타자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즉각 재계약 의사를 전했다. 기록에 나타난 초이스의 가치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초이스는 지난해 46경기에서 타율 3할7리에 17홈런 42타점 37득점을 기록했다. 또 출루율 0.388에 장타율 0.653으로 OPS 1.041을 기록했다. 이 수치만 보면 재계약이 당연하다.

물론 이게 겨우 46경기의 한정된 범주에서 나온 기록이라는 점이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도 있는 법이다. 초이스의 실력은 진짜이고, 출전 경기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홈런과 타점을 추가할 수 있다는 팀의 판단은 옳았다.

22일까지 초이스는 44경기를 소화해 타율 2할9푼에 10홈런 29타점 22득점을 기록 중이다. 경기수를 기준으로 볼때 지난해보다는 약간 성적이 나빠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 초이스가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타율과 홈런 타점 부문에서 지난해 기록을 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특히 홈런 부문에서 몰아치기가 시작되면 충분히 레이스 후발주자로 도전장을 내밀 만 하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도 넥센 히어로즈가 무너지지 않는 비결, 역시 이 같은 초이스의 각성이 큰 버팀목이 되어준 결과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