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고아라가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할 기세다.
이전까지 고아라의 인생작이라고 한다면 tvN '응답하라 1994'(2013) 정도를 꼽을 수 있었다. 고아라는 2003년 KBS '반올림'으로 데뷔한 뒤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엘프 미모를 인정받았으나 연기력은 상대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응답하라 1994'에서 성동일의 딸 성나정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데뷔 10년 만에 배우로서 연기력을 인정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어진 '너희들은 포위됐다'와 '화랑:더 비기닝'이 흥행에 실패하며 또다시 기로에 놓였다. 그 기로에서 맞이한 건 JTBC 새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다.
고아라는 JTBC 새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에서 열혈 판사 박차오름 역을 맡았다. 박차오름은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픔을 함께할 줄 아는 '프로 공감러'다. 고아라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만큼, 그가 판사 옷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렸던 상황이다. 특히 '미스 함무라비'는 실제 판사가 대본을 집필한 만큼 초 현실형 법정물을 표방하고 있는 터라 고아라가 리얼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첫 방송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전국기준 3.6%, 수도권 기준 4.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방송평도 호의적이다. 실제 판사가 집필한,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대본이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평이다. 고아라의 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팬들은 전에 없던 사이다 공감형 캐릭터의 탄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21일 방송에서는 박차오름의 성격이 제대로 드러났다. 이날 방송에서 박차오름은 임바른(김명수, 인피니트 엘)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박차오름은 의료과실사고로 아들을 잃은 할머니의 사연에도 '시스템'을 운운하며 원칙을 주장하는 임바른에게 "사람이 죽었는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냐. 약자가 비명 지르는 게 떼쓰는 거로만 들리시나 보다. 왜 판사가 됐느냐"고 맞섰다. 임바른은 자신이 생각하는 판사의 역할을 역설했지만 박차오름은 "최소한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과 땅 위에 선 사람이 싸우고 있으면 시궁창에 빠진 사람부터 꺼내려고 발버둥이라도 쳐 보겠다. 어설프게 오버하면서"라며 물러나지 않았다.
이처럼 박차오름은 따뜻한 마음과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감을 갖춘 캐릭터다. 그렇다고 일반 법정물의 여주인공처럼 수동적으로 남주인공의 뒤를 따르거나, 의욕만 앞선 나머지 민폐를 끼치지도 않는다. 정해놓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피해자를 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영리하고 능동적인 사이다형 정의파다. 이러한 여주인공 캐릭터는 전에 없던 것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성 캐릭터의 기준을 새롭게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에 시청자는 고아라의 박차오름에 공감하고 웃으며 극을 지켜보게 됐고, 앞으로 법복을 입은 고아라가 보여줄 활약에도 기대를 보내고 있다.
고아라가 '미스 함무라비'의 열혈美친 판사 박차오름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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