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박민우(25)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런 부진, 그것도 심각한 부진. 신인왕 출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재능(개인통산 타율 6시즌 3할1푼7리)이 무색할 지경이다.
올해 연봉이 3억2000만원인 박민우는 올시즌 31경기에서 타율 1할9푼 1홈런 7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타율 3할6푼3리를 기록한 실력과 커리어를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부상도 없고,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다. 갑작스런 슬럼프는 심리적 요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김경문 NC 감독은 최근 박민우에 대해 "부담감을 떨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것이 (박)민우 본인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만 욕심만 낸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실력이면 뽑히고도 남는다. 그냥 물흐르듯 하면 모든 것이 잘될 수 있다. '더 잘해야 한다, 더 잘하겠다'는 생각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는 지난달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5차례 2군 경기를 치렀다. 2군에서는 날아다녔다. 무려 7할6리(17타수 12안타)의 고타율에 1홈런 7타점 8득점으로 슈퍼맨급 활약을 펼쳤다. 1군과 2군의 실력 차를 감안해도 기량은 확인한 셈이다. 박민우는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달 29일 엔트리 말소 이후 보름만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박석민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박)민우가 1번을 쳐줘야 한다"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민우는 13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팀은 0대4로 졌다. 박민우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9푼1리(33타수 3안타)까지 추락했다.
박민우를 짓누르는 것은 대표팀 합류에 대한 강한 열망, 부담으로 보인다. 국가대표는 큰 영예 뿐만 아니라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민우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왼쪽 발목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더 완벽한 플레이를 위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재활로 훈련량이 약간 부족했고, 시즌 초반 타격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 1군 뿐만 아니라 2군에서도 몸살이 날만큼 열심히 뛴 박민우다. 속이 탄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은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최고의 선수를 뽑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젊은 선수들위주로 출전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일본 도쿄)에 참가한 선수들의 경우 같은 활약이면 우대하겠다고 했다. 박민우는 당시 발목통증과 위경련 등을 참아내며 뛰었다.
2루수 포지션에서는 안치홍(KIA 타이거즈), 박경수(KT 위즈), 오재원(두산 베어스) 등 베테랑들이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박민우가 잘하면 대표팀 미래도 밝아진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다음달 중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