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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칸 인터뷰①]'2000:1의 남자' 유태오 "15년 무명, '레토'는 내 인생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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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칸(프랑스)=이승미 기자]15년 무명을 딛고 칸 레드카펫에 오른 유태오(37). 그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창동 감독의 8년만의 신작 '버닝'(경쟁부문 초청)의 유아인·스티븐 연, 윤종빈 감독의 '공작'(비경쟁부문 초청)의 주역 황정민·이성민·주지훈 등 제71회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혹은 앞으로 밟은 한국 스타들, 그리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국내 배우가 주연을 맡아 당당히 칸 영화제에 진출한 배우가 눈길을 끈다.

그는 바로 '버닝'과 함께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경쟁부문 진출작, '러시아의 박찬욱'이라고 불리는 거장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연출작 '레토'에서 러시아의 국민 영웅이자 록스타 빅토르 최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다.

독일 교포 출신인 유태오는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 이후 한국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중국, 헐리우드 영화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2015년에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드레이크 도레무스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SF 헐리우드 영화 '이퀄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2000:1의 경쟁을 뚫고 빅토르 최 역할에 캐스팅되며 출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공식 상영회 이후 해외 유수의 매체로부터 빅토르 최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살려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15년간의 무명 생활, 그리고 아내

유태오는 지난 9일 진행된 공식 스크리닝에 앞서 진행된 행사에서 레드카펫을 밟게 된 소감을 묻자 "너무나 좋다"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난 15년 동안 무명의 배우의 길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차 적응도 안되는 데도 불구하고 바쁜 것도 좋고 너무 행복하다. 정말 꿈같은 자리다. 칸이라는 무대가 운동선수로 치면 올림픽 같은 거 아닌가. 경쟁 부문이라는게 결승전 까지 온 것과 마찬가지인데, 너무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레토'는 제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다."

이날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보낸 유태오. 그는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되기까지 "포기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솔직히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유명 미술작가인 아내 리키 리 씨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나를 유일하게 믿어준 사람이 바로 아내다. 아내 덕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잇었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00:1의 경쟁률을 뚫다

한국의 무명 배우였던 유태오는 어떻게 러시아의 거장 감독의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됐을까. 그는 마치 '운명' 같았던 캐스팅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 교포 출신인 박루슬란 감독님이 연출한 '하나안'(2009)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감독님께 직접 연락을 드려서 친하게 지내게 됐다. 그러던 중 작년 5월쯤 박루슬란 감독님에 내게 '러시아의 박찬욱 감독님이라 불리는 키릴 감독님이 빅토르 최의 영화를 준비중이니 빅토르 최 역을 맡을 만한 20대 초반 한국 배우 할만한 배우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하더라. 사실 내가 그 역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친구가 너의 사진도 한번 보내 보라고 권유했고, 핸드폰을 찍은 셀카 사진을 감독님께 보냈다.

그 후 일주일 뒤 러시아에서 기타치는 영상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주차장에서 찍어 보냈다. 그리고는 모스크바에 오디션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얼떨떨했다. 영화 준비한지 6개월 정도로 된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배우를 구하지 못한거라면 나도 가능성이 있을까 싶어서 빅토르 최에 대한 해석이나 감수성에 대해서 철저히 준비하고 오디션을 받았다. 딱 24시간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4시간 동안 오디션을 봤다. 인터뷰가 끝나고 PD님이 공항으로 데려다주셨는데 '니가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 감독님이 저를 보고 'This is it!'이라고 하셨다고 하더라."

한편, '레토'는 1990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구소련의 전설적인 록 가수이자 저항의 상징이자 아직까지도 러시아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한국계 가수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그렸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한 한국 배우 유태오가 빅토르 최 역을 맡았으며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로만 빌릭 등이 출연한다. 6월 초 러시아에서 개봉 되며 한국에도 수입될 예정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